'야스쿠니 참배' 최대 쟁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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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의 차기 총리를 뽑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차기 총리 후보감들이 국내 정치 분야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힘들자 야스쿠니 참배 문제를 놓고 대립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계에서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차기 후보'는 네 명. 그중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상이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부정적인 편이다. 그동안 신중론을 펴면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던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17일 처음으로 고이즈미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날 후쿠오카(福岡)시를 방문해 강연하는 자리에서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는) '마음의 문제'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대외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총리라는 입장에선 어느 정도 생각과 (참배) 방식에 제한이 있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스쿠니 참배는 해선 안 되는 방법이며 헌법 위반"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후쿠다 전 장관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비롯해 당내 중진의원들이 차기 총리로 선호하는 인물로 전해진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밀고 있다.

다니가키 재무상도 17일 일본기자클럽 강연에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계해 판단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의 A급 전범 합사와 관련, "A급 전범이 어떤 마음으로 도쿄전범 재판을 받아들였는지 저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자신들이 전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며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하는 것은 본인 의사에도 맞지 않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중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아베 관방장관은 "야스쿠니 참배 문제를 (총재선거의) 기본적인 테마로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쟁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애쓰는 표정이다. 총재선거 경쟁 구도에서 이미 1위를 굳힌 마당에 여론이 50대 50으로 갈리는 야스쿠니 참배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면 자신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다소 어정쩡한 자세다. 그는 "(야스쿠니 참배 문제가) 쟁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아베 쪽에 동조했다.

일본 언론은 "야스쿠니 문제의 선거 쟁점화는 대중 인기도 측면에서 앞서고 고이즈미 총리의 지원까지 받는 아베 관방장관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한 다른 후보들의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본 내 반중 분위기가 고조돼 이들의 공세가 거꾸로 아베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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