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P] 여자 변사! 그것도 2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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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코맹맹이 소리에 혀를 비비 꼬며 신파조의 독백을 쏟아내던 변사. 케케묵은 흑백 필름에서나 겨우 볼 수 있을 것 같은 변사가 2006년 서울에도 나타난다. 게다가 이번엔 여자 변사다.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극장에서 시작하는 무성 영화 변사극 '이수일과 심순애'. 모두 세 명의 변사가 번갈아 등장하는데 그중 한 명이 여성인 김채린(28.사진)씨다. 김씨는 연극배우로 최근 연극 '관객 모독'에 출연한 바 있다. 제작사 측은 "또박또박한 말솜씨와 넘치는 에너지가 인상적이라 전격 발탁"했단다.

20대인 김씨는 당연히(?) 변사극을 본 적은 없다. "어릴 적 TV 코미디에서 변사 비슷한 것을 본 기억만 어렴풋"하단다. 어떻게 신파조의 뉘앙스를 살릴지 난감해 했다. 무엇보다 열대여섯 명 등장 인물의 목소리를 각기 달리 내야 하는 걸 버거워 했다. 그래도 '대한민국 최초의 여변사'란 자부심을 갖고 건투 중이다. 하나 더. 무대에서 틀어주는 영화 필름은 1988년에 찍은 것이다. 코미디언 '맹구' 이창훈이 주인공으로, 가수 이문세와 김수철이 카메오로 나온다. 그들의 '새파랗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02-766-0773.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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