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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명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송나라 저공만한 협상의 명수도 없다.
그는 많은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때 가뭄이 들어 먹이를 줄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는 원숭이들을 모아놓고 『이제 나무열매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씩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원숭이들이 일제히 화를 내며 그렇게는 안된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때 저공은 급히 『그럼 아침에 넷, 저녁에 셋씩으로 하자』고 했다.
원숭이들이 모두 흔쾌히 수락했다.
『장자』제물론에 나오는 조삼모사의 고사다.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하지만 사태는 수습되었다.
하지만 협상의 상대가 늘 원숭이만은 아니다. 저공식의 속임수로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쉽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가운데서 마음의 화합을 이끌어내야 뒤끝이 좋다.
협이란 말 자체가 「동중지화」를 뜻한다. 「세문」에 보면 「협은 동심지화」라고도 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야 비로소 협력이 이루어진다.
또 상은 밖에서 관찰하여 내실을 탐색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상양은 의논, 상업은 의논과 탐색의 업이 된다.
그러니까 협상을 한다면서 상대를 무시하고 이기려고만 할 수도 없다.
18세기의 영국문인 「새뮤얼·존슨」과 평론가 「새뮤얼·파르」는 만나기만 하면 언쟁을 했다.
그날도 「출판의 문제」를 가지고 다투다가 드디어 「존슨」이 의자에서 일어나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자 「파르」도 일어나 지지 않고 발버둥쳤다.
「존슨」이 『무어야 그 흉내는?』 하며 노려보자 「파르」는 이렇게 응수했다. 『자네 혼자만 땅바닥을 밟게그냥 둘줄알고!』
민정· 민주당의 개헌협상이 비로소 지난밤 막을 열었다.
몇군데의 노사분규도 협상 끝에 타결을 보았다. 그러나 광주 일성섬유의 노사분규는 사용주의 폐업신고로 불행한 막을 내렸다. 「존슨」과 「파르」식으로만 싸운다면 협상은 깨어질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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