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경찰서 소속 아들 콕 집어 상 준 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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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퇴임을 앞둔 인천의 한 경찰서장이 같은 지역의 다른 경찰서에 근무하는 아들에게 자신이 서장으로 있는 경찰서 명의로 표창을 해 불공정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퇴임 직전 표창장 줘라 직접 요구
“기여한 것 없는 곳서 상받아 불공정”

10일 인천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인천 남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박모(60) 당시 서장(총경) 명의로 직원 29명에게 표창을 했다. 문제는 29명 중에 인근 A경찰서에 근무해온 박 서장의 아들 박모(33) 순경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당시 박 서장은 공적심사 대상자(38명)에 아들의 이름을 직접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서장은 아들에게 표창을 수여한 뒤 퇴임식을 하고 경찰서를 떠났다. 6월 정년을 앞두고 현재는 공로연수 중이다.

통상적으로 표창 대상자는 부서장 등이 소속 경찰관을 상급 표창권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후 매달 열리는 경찰서 계장급 7명으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직원들의 성과를 상대평가해 공적이 높은 직원들(1년 기준 경찰서 총원의 50%)에게 수여된다.

다른 경찰서에 근무하는 직원이 서장 표창을 받았던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경찰서의 공조수사나 지원업무에서 공을 세운 경우 표창 대상자 소속 기관장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박 순경은 남부경찰서에 기여한 공이 아닌 A경찰서에서 활약상이 있어 표창을 받았다. 그의 공적 내용에는 ‘신호위반 등 단속·계도활동으로 4대 교통 무질서 근절 및 교통 선진화 확보에 기여했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박 순경은 지난해 9월 2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신호위반 등 교통 단속 52건과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 40여 건의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반면 박 순경과 함께 공적심사 대상자에 올랐던 남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9명은 표창 후보자에서 제외됐다.

한 경찰관은 “서장 표창은 인사고과 평가에 반영돼 승진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며 “서장이 자기 관할 서에 기여한 일이 전혀 없는 자신의 아들에게 상을 준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찰서장 표창은 인사고과 점수(2점)에 반영돼 진급에 영향을 준다. 순경의 인사고과 만점은 10점이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서장 퇴임을 앞두고 (박 서장이) ‘아들의 요청도 있고 경찰 선배로서 아들에게 상을 주고 싶다고 요구해 거절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어 표창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서장은 “아들이 A경찰서에서도 표창 대상자로 언급될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아버지로서 순수하게 경찰 생활을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한 행동인데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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