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글로컬] 광주시와 광산구의 ‘우레탄 트랙’ 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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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김호 내셔널부 기자

김호
내셔널부 기자

광주광역시와 광산구가 새해 초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금속 성분이 검출된 학교 우레탄 운동장 트랙 철거비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광주시는 지난 9일 ‘광산구 감사 처분요구 거부에 대한 감사위원회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같은 날 광산구가 ‘적극행정 징계하면 복지부동 못 막는다’라는 보도자료를 낸 지 3시간여 만이다.

앞서 이달 초 감사위는 ‘재난관리기금’ 1200만여원을 들여 관내 학교 2곳의 우레탄 운동장을 철거한 광산구청의 업무 담당자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또 구청과 구청장은 경고 처분했다.

감사위는 보도자료에서 광산구가 ‘재난관리기금 사용은 부당하다’는 국민안전처 의견을 무시한 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상 학교 시설물이 광주광역시교육청 소관인 점, 사전에 감사위에 의견을 구하지 않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한 점 등을 들어 재난관리기금 사용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위는 “(민형배 광산구청장이) 구체적 계획이나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관계자와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비판했다. 광산구는 ‘징계 거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반발했다. 지방자치법상 ‘재해 대책의 수립 및 집행’ 임무가 있는 점, 법령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난관리기금 사용은 ‘적극 행정’인데 담당자를 처벌하면 공무원들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사업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 반면 심각한 비위나 사익을 노린 불법 행위가 아닌데도 징계하라는 감사위의 요구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문제는 해결 방식이다. 재난관리기금 사용 전후 행정적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풀어갈 수 있었던 문제인데 법정 공방까지 예고하고 있다.

모양새 사나운 상호 비방전 와중에 학생 건강 문제는 뒷전이다. 예산 문제로 광주 40개 학교의 우레탄 운동장 철거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재난관리기금 사용이 구청 측의 포퓰리즘이 아니라면, 감사 처분이 기 싸움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호 내셔널부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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