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젠 반퇴테크] 100세 시대 투자, 은행 창구 안 가도 된다 전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천천히, 쉽게, 큰 글씨로. 반퇴시장이 금융권 고객유치 경쟁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5060’(나이 50~60대) 맞춤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니어용 모바일 앱에서부터 지점 내 전용창구까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장·노년층 모시기에 분주하다.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고액 금융상품 가입 비중이 높은 자산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시중은행, 5060 맞춤 서비스 경쟁
큰 글씨, 조작 쉬운 모바일 앱 출시
고령층 대상 전담센터 잇단 개설
50대 이상 금융자산이 전체 41.5%
금융권, 수익 다변화와 맞아 떨어져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바일 뱅킹에서 나타난다. 할머니나 할아버지 대신 ‘할줌마·할저씨’로 불리는 젊은 반퇴세대가 주타깃이다. 이들은 20~30대 못지 않게 스마트폰 금융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50대 이상 은퇴 고객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미래설계 포 유’ 앱을 내놨다. 기존 모바일 뱅킹 앱(써니뱅크·S뱅크)과 별도로 운영되는 은행권 최초 시니어 전용 앱이다.

큰 글씨체와 쉬운 조작법은 기본이고, 다양한 제휴서비스를 담았다. 회원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우대(10~20%), 반려동물 용품 할인, 여행·일자리 정보 등이 들어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날 모바일 앱(KB스타뱅킹) 안에 ‘골든라이프 뱅킹’이라는 반퇴세대 전용 코너를 마련했다. 역시 큰 글씨 모드로 이용 횟수가 잦은 조회·이체 서비스를 눈에 띄게 전면 배치했다. 건강·뷰티·여행·여가·공연 등 시니어 고객 맞춤형 정보도 담았다.

자료: 각 사 취합·한국은행

자료: 각 사 취합·한국은행

큰 글씨를 내세운 장·노년층 모바일 서비스로 가장 큰 재미를 본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지난해 9월 모바일뱅킹(올원뱅크)에서 ‘큰 글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 뒤 이용자 비율이 크게 뛰었다. 돋보기 기능으로 원하는 만큼 글자를 확대할 수 있고 ▶간편 송금 ▶경조금 보내기 ▶경조사 초대장 및 감사장 보내기 기능을 갖췄다. 이봉의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은 “큰 글 송금이 다른 은행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면서 “소비자들이 실제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해 올해 가입자 수를 150만명까지 세 배 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8월부터 저사양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아이원 뱅크 미니’를 운영 중이다. 꼭 필요한 기능을 큰 글씨로 탑재해 시니어들이 빠르게 이용하게끔 만든 앱이다.

노년층 모시기 노력은 오프라인에서도 진행 중이다.

자료: 각 사 취합·한국은행

자료: 각 사 취합·한국은행

전국 16개 시중·지방은행 지점 4925곳에서 ‘시니어 투자상담 창구’ 같은 이름으로 고령층 전용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NH농협과 씨티·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곳은 아예 고령층 전담 지점(총 226곳)을 만들었다. 혈압계와 휴게공간을 비치하고 숙련된 상담직원을 따로 배치한다.

전화상담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은행 콜센터에 노인 전담센터가 마련돼 있다. 일반 상담전화보다 쉬운 용어를 사용해 느린 말투로 응대해준다. ARS(자동응답서비스) 입력 제한 시간 역시 일반고객(6초)보다 두 배 이상(15초) 길다.

자료: 각 사 취합·한국은행

자료: 각 사 취합·한국은행

금융사들이 반퇴세대 모시기에 나선 주된 이유는 이들의 경제력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이상이 국내 가계 금융자산의 41.5%를 차지한다(2015년 말 기준). 시중은행 마케팅 담당 임원은 “우수고객인 자산가 연령대가 50대 이상에 치중해 있는 데다, 오래 거래한 장기고객을 우대하는 차원에서 시니어 특화 서비스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계좌이제가 시행되면서 은행들은 단골고객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은행 수익구조가 전통적인 예대마진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시니어 마케팅 강화의 배경이다. 월급통장 등 예·적금, 대출 수요가 있는 젊은 직장인보다 안정적 자산관리를 원하는 은퇴자들이 은행의 주고객으로 떠오른 것이다.

당국도 적극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중 하나로 고령자 금융거래 편의성을 증대하라고 주문했다. 금융회사별로 실태를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도록 권고 중이다.

반퇴세대 금융 마케팅은 양적·질적으로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50대 이상은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 모바일에 익숙해진 후에도 대면 서비스를 선호한다”며 “앞으로 금융서비스와 함께 병원 예약, 간병 등 비금융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 금융사가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