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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상담소] 수시 논술·면접 준비 바짝 … 정시는 대학별 영어 반영률 살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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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절대평가, 입시전략 어떻게

올해 고 3이 되는 학생이 치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뀝니다. 원점수(100점 만점) 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은 2등급을 받는 식입니다. 지난해까진 성적이 높은 순으로 비율을 따져 상위 4%가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방식이었습니다.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각 대학이 입시에서 영어 성적을 반영하는 방법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대학마다 영어 절대평가 등급에 부여하는 점수가 다릅니다. 많은 대학이 영어 반영 비율을 낮추는 등 변화가 많습니다. 올해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입시전략을 알아봤습니다.

Q1 오는 3월에 고3으로 올라가는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 우리 애는 평소 영어 성적이 80점대 중반입니다. 다른 과목은 1등급이 나옵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편이라 서울 상위권 대학 논술 전형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이 정도 영어 성적이면 상위권 대학 논술전형에 도전해도 괜찮을까요? 또 정시모집도 준비해야 할 텐데, 영어에 비해 국어·수학·탐구를 잘 하는 아들이 도전해볼 만한 대학은 어디일까요?(이모씨·48·서울 강남구)

Q2 올해 고3이 되는 학생입니다. 평소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들쑥날쑥해 고민이 많습니다. 시간을 많이 쏟는 과목은 성적이 오르고, 잠시 소홀히하면 금세 성적이 떨어지곤 합니다. 주변에선 올해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상대평가 때보다 등급 따기가 쉬울 거라고 합니다. 그럼 영어보다 국어·수학·탐구가 중요한 것 아닌가요. 그래서인지 영어보다는 국어·수학에 집중하겠다 하는 친구가 많습니다. 저는 평소에 영어는 90점 이상을 받기 때문에 수능에서도 영어 1등급을 따는 게 어렵진 않을 것 같아요. 저로선 영어 공부를 줄이고 다른 과목 공부를 늘리는 게 좋을까요?(김모양·18·서울 강서구)

A 수시모집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학생부 반영 비율이 높은 학생부 종합, 그리고 교과 전형, 논술 전형, 특기자 전형입니다. 수시모집에선 수능 성적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 최저)으로 활용합니다. 수능 최저는 등급으로 따집니다. 가령 중앙대 논술전형에선 국어·영어·수학·탐구 4개 영역 중 ‘3개 영역의 등급합 5 이내’를 요구합니다. 영어 1등급을 필수로 요구하는 성균관대 의예과를 제외하면 다른 상위권 대학의 수능 최저는 비슷합니다.

첫 번째 사례자는 영어가 80점대(절대평가에서 2등급)이고 다른 과목이 1등급이라면 수능 최저 충족은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수능 최저를 맞추기가 더 수월해졌다는 점입니다. 상대평가였던 지난해 수능 영어에서 2등급 이내 비율은 10.9%(6만1882명)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한다면 2등급 이내 비율은 19.7%(11만2224명)가 돼 거의 두 배로 늘어납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영어의 문항 수와 유형·배점 등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영어 난이도가 비슷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2등급 이내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수시모집에서 각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 최저를 맞추는 수험생이 늘어나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올해 수시모집에선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합격 여부에 더욱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논술 영향력이 커질 것을 예상해 본다면 논술 준비를 좀더 일찍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자께는 수능 공부에 부담을 안 주는 범위에서 균형있게 논술 준비 시간을 배정해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하시기를 권합니다.

정시모집은 영어 성적에 따른 수험생간 유·불리가 클 것 같습니다. 정시모집에서 영어 반영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대학 대부분은 영어 성적을 일정 비율 반영하면서 등급에 따라 점수를 줍니다. 예를 들어 연세대 인문계열은 영어 성적을 16.7% 반영하면서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95점을 주는 식입니다. 고려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중앙대는 정시모집에서 영어를 빼고 국어·수학·탐구 성적을 합해 100%로 반영합니다. 대신 영어는 등급에 따라 가산점 또는 감산점을 줍니다. 서울대는 감점을 하는 방식인데, 2등급은 총점에서 0.5점을 깎고, 3등급은 1점을 깎습니다.

영어의 영향력이 큰 대학을 고르면 동국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이화여대·한국외대·홍익대 등입니다. 이들 대학은 영어 반영 비율이 20~28.6%로 높은 편입니다. 이화여대는 등급이 떨어질수록 10점씩 줄어 감점 폭이 가장 큽니다.

반면에 가산·감산 방식을 선택한 대학들은 등급에 따른 가산 또는 감산 폭이 0.5~2점 정도로 크지 않아 영어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고려대·서강대·서울대·중앙대가 그렇습니다. 영어 성적은 좀 부족하지만 국어·수학·탐구 성적이 뛰어나다면 정시모집에서 이런 대학을 전략적으로 노려볼 만합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에 비해 정시모집에서 영어의 영향력은 낮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국어·수학·탐구가 합격 여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많은 수험생이 영어보다는 국어·수학·탐구에 비중을 더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사례자의 고민이죠. 결론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전망입니다.

먼저 올해 영어 난이도를 아직은 예측하기 힘듭니다. 매해 수능에서 영어 난이도는 변동이 컸습니다. 2013~2017학년도 수능 영어에서 90점 이상 수험생 비율이 적을 때는 6.3%였지만 많을 때는 15.6%나 됐습니다. 이렇게 비율이 달랐던 것은 난이도 때문이지요. 만약 올해 영어가 어렵게 출제될 것을 감안하면 1등급을 예단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또 수능은 특정한 유형이 있고, 정답을 고르는 시험이란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모두 풀어야 하는 시간 안배 능력도 중요합니다. 문제 풀이 감각을 잘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상기해보면, 섣부르게 영어 공부량을 줄이는 것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영어 1등급을, 중상위권 대학을 노린다면 2등급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실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말=안연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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