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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총에 봉분 만들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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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천마총이 있는 경북 경주시 황남동 대릉원 북쪽 길 건너편 도심. 노동.노서동의 중앙상가 옆에 크고 작은 고분 19기가 모여 있다.

이 '노동.노서 고분군'에 한번쯤 그 이름을 들었을 금관총.서봉총.호우총 등이 있다. 고분의 이름은 출토 유물의 특징을 따 붙여진다.

이들 가운데 봉분이 없는 고분이 눈에 띈다. 봉분 대신 50여㎝ 높이의 평평한 잔디밭이 조성돼 있다. 표석이 없으면 고분임을 알기 어려울 정도다. 이곳들이 바로 화려한 금관이 나와 세계를 놀라게 한 금관총과 서봉총이다.

80여 년간 방치된 이들 고분의 봉분을 복원하고 지하에 전시실을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시민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주의 시민단체인 도심발전연구소와 경제살리기 범시민연대는 금관총과 서봉총의 복원을 요구하는 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이들은 "경주시는 금관이 나온 두 고분을 원래 모습으로 되살려 관광코스로 만드는 작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고분 복원을 위한 시민 10만 명 서명에 들어갔다. 두 단체는 5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시장 후보들에게 고분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금관총 등의 봉분을 새로 만들고 출토 유물의 모조품을 지하에 전시하자고 제안했다. '제2의 천마총'을 만들자는 것이다.

고분 되살리기 운동은 1970년대 경주 지역 유적이 대대적으로 정비된 이후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갈수록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경주도심발전연구소의 김성수 소장은 "세계인을 끌어들일 만한 훌륭한 문화 유산이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우리 손으로 고분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300여m 떨어진 천마총과 연결돼 고분관광의 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단체는 대릉원의 북쪽 담장도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길이 310m, 높이 2.5m의 돌담이 도심의 두 고분군과 첨성대 등 남쪽 유적지를 갈라 관광객의 도심 접근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서라벌대 김일용(48.관광학) 교수는 "경주가 국제 관광지로 다시 도약하려면 새로운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가 바로 고분 관광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 금관총과 서봉총=노서동 고분군(사적 제39호) 입구에서 서쪽으로 나란히 있는 분묘. 1921년 금관총 발굴과정에서 금관과 금제 허리띠.팔찌 등 유물 3만여 점이 출토됐다. 국내 최초로 이곳에서 금관이 나왔다. 학계는 6세기에 조성된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26년 발굴된 서봉총에선 금관과 금.은.청동제 용기 등이 나왔다. 당시 일본에 머물고 있던 스웨덴의 황태자이자 고고학자였던 구스타프 아돌프 6세가 발굴에 참여해 금관을 직접 수습했다. 금관에 봉황 장식이 있어 스웨덴(한자명 瑞典)의 '서'자와 봉황의 '봉'자를 따 서봉총으로 이름 지어졌다.

스웨덴 대사가 한국에 부임하면 가장 먼저 찾는 한.스웨덴 가교 역할을 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서봉총은 5세기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송의호.홍권삼 기자

*** 바로잡습니다
1월 18일자 17면 '금관총에 봉분 만들어주자'기사 가운데 '노서.노동 고분군 현황' 그림이 나옵니다. 이 그림 가운데 '식회총'이라고 쓰인 고분은 '식리총'을 잘못 표기한 것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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