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작업 80년봄에 마무리 됐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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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김종필전공화당총재가 23일 상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견해를 폭넓게 털어놓았다.
김씨는 처음에는 『얘기하고 싶은게 많으나 언젠가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얘기할것』 이라며 답변을 회피했으나 질문이 계속되자 80년 상황에 관한 현정부의 평가를 비판하는데서부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제3,4공화국에 대한 평가는.
『박정희대통령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나 나는 그분이 정치가가 아니고 시종 혁명가였다고 본다. 박대통령은 굶지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념하에 5.16을 했고 그이후 앞만 보고 국민을 끌고갔다??9년 혁명가답게 세상을 뜬 것이다. 따라서 그 결과 나름대로 발전의 토양은 이룩됐고 그토양 위에서 상응하는 민주화?“〈蠻낫鳴?본다.』
-80년 「서울의 봄」 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당시 3김씨가 극심히 싸워 안보가 위태로와졌기 때문에 5 17이 났다고 하는데 그당시 3김씨는 국민에게 뜻을 묻겠다고 했지 싸움에는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였다. 김상만동아일보회장이 3김씨등을 초청했을때도 우리 3명은 「국민에게 페어플레이를 하자」 고 얘기했었고 막후에서도 대화가 있었다. 따라서 3金씨가 싸워 어쨋다는 것은 받아들일수 없다. 어떤 사람이 「3김씨에게 자제해 달라고 했는데 안됐다」라고 하는 모양인데 나는 만나본 일이 없고 두김씨도 만난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
-시기적으로 김전총재가 정치를 하는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시류를 타고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러나 80년도에 못했던 것을 다시 해보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민주주의의 토양에 초석의 한개라도 박아놓고 죽겠다.』
-그 초석을 박을 시기는 언제인가.
『아직은 그런 얘기를 할 시기는 아니나 앞으로 언젠가는 꼭 박겠다.』
-정치를 재개한다면 신당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존정당을 토대로 삼을 것인가.
『내가 초석을 박겠다는 것은 여러 뜻이있는 것이다.』
-국민당과의 관계는.
『현재까지 접촉이 없다.』
-정치를 재개하려면 좀더 「노련」 했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직접적 행동은 하지않았다고 볼 수 있으나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다. 또 지금 상황은 행동은 안했지만 뒤에서 공통된 마음을 가진 국민의 뜻이 모였기 때문이다. 물론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들의 평가는 따로 있겠으나 뒤에서 염원한 국민 마음이 다른 것은 아니다.』
-김대중 김영삼씨?「醍?출마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는가.
『과거에도 야당은 경합은 했지만 단일화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미리 그런 문제에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정치인은 국민의 심판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고 보므로 단일화에 대한 강요는 좋지 않다고 본다. 즉 꼭 한명이 나와야만 한다고 생간하진 않는다.』
-정국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가, 부정적으로 보는가.
『기복은 있겠지만 부정적으로는 보지 않는다. 국민들의 민주의식이 매우 고양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비례해 정치?÷羚底??민주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동안 언론계등에서 정치인에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부작용이 있었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국민인데 언론등이 개별적인 정치인에게만 초점을 맞춰 정치인이 활달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헌법개정도 정당의 입장에서만 논의되면 안되고 많은 국민들의 의견도 반영돼야할 것이다.』
와이셔츠 차림의 김씨는 80년봄에 관해 얘기할때 특히 톤을 높여 당시의 「한」 이 서려있는 느낌이었는데 『당시 군인들은 나와서는 안됐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민주화작업이 그때 마무리됐어야 했을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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