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태풍피해 막을 수 없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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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태풍 셀마의 참사는 기상대가 태풍진로를 헛짚은데다 미처 대피할 시간여유도 없이 16시간 전에 주의보, 9시간전에 경보를 발령했으며 부산등 일부 지역에서는 태풍이 지나간 후 비상근무에 들어가는등 관계행정기관의 안일·방심·늑장까지 겹쳐 빚어진 것으로 드러나 관계기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마…』하다가 3백명을 훨씬 넘는 인명을 앗기고 2천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내고만 태풍 셀마의 날벼락-. 시간이 지날수록 천재보다 인재의 성격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각예보=중앙기상대는 태풍 셀마 북상에 따라 내습 35시간전인 14일상오10시 「동지나 해상에서 경계요망」첫 예보를 냈다.
부산·전남등 남해안의 경우 15일낮12시에 내려진 주의보가 하오10시30분 경보로 바뀌었으나 이 시간에는 이미 태풍이 제주동북쪽까지 접근, 곳곳에서 사망·실종 사태가 빚어지고 있었다.
15일하오10시 광주시방림2동81 숭신공고 운동장 축대가 무너져 축대밑의 두 가족 7명이 숨졌으나 이 지역에 대한 태풍경보는 하오10시30분에야 내려졌다.
또 같은날 하오11시쯤 전남신안군임자면재원도서쪽 3m해상에서 새우잡이 무동력선 12척이 침몰, 어부 53명이 실종됐으나 서해남부해상은 이날 하오5시에 경보아닌 주의보만 내려져 있었다.
또 이날 하오11시 낙동강이 범람해 부산시 명지·대저동일대 7개마을 7백33가구 주민 2천6백30명이 대피하는등 이때부터 피해가 속출했는데 부산에 대한 태풍경보는 이보다 1시간 뒤에야 발표됐다.
또 동해안에 대한 해일 유의 조치는 16일상오3시에 내려졌으나 이 무렵 강릉 남항진 부두에서 대피어선을 옮기려던 어민 4명이 해일에 휩쓸려 실종됐다.
◇행정기관 늑장대비=중앙재해대책본부는 15일상오 6시에야 「태풍북상에 따른 재해대책철저지시」를 내려보내 어선대피·대책요원 비상근무 등을 지시하는 등 느림보 대처를 했다.
경남의 경우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하오6시부터야 사실상 비상근무를 시작해 「대책」없이 태풍세례를 맞았다.
경남도는 15일하오8시에야 도지사 긴급지시를 시달, 마을별 방송및 외출통제등을 지시했으나 역시 때늦은 조치였다.
부산기상대의 경우 중앙기상대의 경보발령이 있은 뒤에도 현지방송기관을 통한 기상특보방송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태풍피해가 속출한 뒤인 15일자정에야 뒤늦게 태풍경보를 발동, 뒷북만 쳤다.
부산기상대의 한 간부는 태풍이 부산을 통과한 뒤인 l6일상오2시30분쯤 부산재해대책본부에 나와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 같다』며 TV·라디오통보 대신 긴급 앰프방송을 요청하기도 했다.
재해대책본부는 예방대책으로 사전에 15회에 걸쳐 TV·라디어를 통해 예방프로그램을 방송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종의 방재홍보성격의 프로그램을 벗어나지 못했다. 태풍에 임박해서 피해예상지역을 대상으로 TV·라디오등의 방송 네트워크를 동원, 사태의 심각성과 대비상황을 생중계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리란 지적이다.
◇내무부=올부터 재해대책관련 행정지시가 건설부내 중앙재해대책본부로 일원화됐다는 이유로 지난 5월이후 6월25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일반적인 장마철 수방대책철저 지시만 내려보냈을 뿐 이번 태풍과 관련, 따로 지시는 내려보내지도 않았다.
내무부 민방위본부는 14일하오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가 중앙기상대로부터 기상통보를 받으며 상황에 대비했으나 심야에 닥친 태풍에 손쓸 겨를도 없이 사후보고만 받느라 허둥거렸다.
태풍발생때 각급 행정기관은 주의보발령과 동시에 ▲관계공무원의 비상근무▲경보전파 ▲상황실운영 강화▲주민·선박대피등 예방조치강구▲민방위대비상대기령 하달▲구호물자와 수용·대피시설점검▲응급복구장비점검▲댐 예비방류 검토등 조치를 취하도록 지침이 시달되어 있으나 대부분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해경=14일하오5시10분 「4시30분을 기해 북위36도이남 해역에 태풍경보3종」을 처음 발령했다.
이는 기상대의 통보가 아니라 해군측의 통보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태풍경보3종」은 48시간이내 태풍이 닥친다는 의미.
그러나 이 시간 대만북동쪽 3백50km해상에 있던 태풍의 중심권은 48시간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북진, 28시간뒤인 15일하오9시 제주동쪽50km해상에 닥쳐 남해일원을 휩쓸고 말았다.
경보3종발령에 따라 해경은 각 지구대별로 항만청·수산청에 의뢰, ▲선박출항통제▲어업무선국과 항만청에서 선박대피방송▲항내선박 안전조치등을 취하도록 했다. 하오6시55분에는 해군의 통보에따라 해경이 36도이남에 2종(24시간내 내습), 36도이북해역에 3종경보를 내렸으나 이같은 통보도 모두 늦은 결과가 됐다.
기상대의 태풍경보를 해경이 접수한 것은 15일하오 2시40분 치안본부상황실을 거쳐서였다.
◇수산청=중앙기상대의 통보가 있기전 14일 새오2시50분 북위32도 이남해역 조업어선에 대피통보를 내렸다.
이는 일본 NHK방송을 듣고 내린 통보.
하오 6시10분엔 북위34도이남 출어선에 대해 대피지시를 내렸으나 목포연해 새우잡이 어선대피유도등 구체적인 대책엔 손을 못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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