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오늘은 우리가 돌봄 선생님” 고교생 교육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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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서울 영등포구의 대영고등학교 1, 2학년 학생 4명이 모인 교육 봉사 동아리 ‘아이가 I가 되는 세상’. 지난 석 달간 대영초등학교 돌봄 교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교사의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간 그들을 만나 보았다.

“저희는 교육자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입니다. 팀명 '아이가 I가 되는 세상'은 아이들이 주체적인 '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지었어요. 그 과정에서 어떻게 교육이 힘을 내야 할까 고민해 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랍니다."

대영초교 돌봄교실에서의 교육 봉사 프로젝트는 총 11차시에 걸쳐 진행됐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큼 물놀이, 비눗방울 놀이, 보드게임, 티셔츠 만들기, 마니또 게임 등 활동 위주로 구성했다. 교육부에서 지향하는 창의,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해 아이들의 사회성과 적극성 등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공원에서 아이들이 물총을 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자료사진=중앙포토]

공원에서 아이들이 물총을 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자료사진=중앙포토]

물놀이는 물총을 쏘며 넓은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것. 서로 팀을 꾸려 사회성과 활동성을 고취할 수 있는 게임이다. 비눗방울 놀이를 통해서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었다. 비눗방울 속에 비눗방울을 넣어 보며 과학의 원리도 손끝으로 체험했다.


보드게임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놀이 중 하나였다고 동아리 회원들은 전했다. 아이들이 규칙을 이해하고 친구들과 차례대로 순번을 돌아가면서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 인상 깊었다고. 또한 유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게임 규칙을 바꾸기도 해 창의성을 기를 수 있었다. 승패를 가르면서 이기는 법뿐만 아니라 지는 법도 배운다. 항상 이길 수만은 없기에 졌을 때도 자신의 맘을 잘 추스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중앙포토]

어린이들이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중앙포토]

티셔츠 만들기는 가장 예술성이 돋보이는 활동이었다. 특히 미술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많아 흐뭇하게 수업을 했다. 티셔츠에 ‘엄마 사랑해요‘ 등의 문구를 넣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11번째 마지막 수업은 마니또 게임을 했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선물을 직접 고르면서 우정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편지를 쓰면 문장력부터 사회성까지 기르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었다.

“저희는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수업이 뭘까 고민했어요. 공교육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대학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너무 지배적인 것 같아요. 초등학생 나이에 어울리는 배움 요소들을 담아 교육 환경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그러나 봉사활동을 할 학교를 정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고등학생이라 아직 전문적으로 교육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서 부탁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다행히 대영초 돌봄교실 선생님이 프로젝트를 허락해 주었다. 두 번째는 예산 문제였다. 영등포 혁신교육지구 사업인 자몽 프로젝트를 통해 예산을 지원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더 좋은 교구와 간식들을 제공하기에는 예산에 한계가 있었다. 마지막은 시간의 문제였다. 고등학교 생활을 병행하면서 돌봄교실 수업을 준비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낯설어만 하던 아이들이 점차 달라졌어요. 고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피곤한 모습을 보이니 먼저 안마도 해 주고 의자에 앉으라고 끌어주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마지막 날에는 선생님 가지 말라고 말하는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프로젝트를 더 늘리겠다고 전화할 뻔 했네요.(웃음)”


대영초 교장 선생님이 들려 준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들이 행복해야지 그 행복이 아이들에게 전해진다"는 당부다. 동아리 회원들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자질이 '열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열정을 교사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언제 11차시를 다 끝낼까 막막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시원섭섭해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란 존재는 부모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육자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 매우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글=이지원(서울 영신고 2) TONG청소년기자 신대방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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