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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오디오 결합, 어떤 음원이든 재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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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호 20면

요즘 음악 생활은 어떻게 하시는지. 뭐,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열의가 넘치는 이들이라면 음악 잡지의 정보를 챙겨 직접 공연장을 찾는다. 무시 못할 시장이 된 우리나라를 찾는 세계의 음악 스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보기 위해 자존심 상해가며 일본과 유럽의 공연장을 기웃거리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이제 예술의전당 좌석에 등 기대고 느긋하게 앉아 이들의 음악을 듣는다.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이들도 많다. 실연에의 기대와 열망이 어찌 없을까. 매인 일상의 반복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뿐이다. 음반을 사 모으는 것으로 음악적 갈증을 달래게 된다. 공연의 감동을 반복하고 좋은 음악을 곁에 두고 싶은 절실함은 여전하다.


이들은 몇 개 남지 않은 서울의 음반판매점들의 주 고객들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CD와 LP가 여전히 팔린다. 갖고 있던 플레이어와 오디오 기기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추억의 음반은 버릴 수가 없다. 연령대로 보아 컴퓨터 활용에도 능숙하다. 어쩌면 이들 부류가 음악애호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CD와 LP가 낯선 이도 있게 마련이다. ‘음악은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된다’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으니. 하루가 다르게 나오는 최신 디지털 기기를 추종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빠른 정보로 음악에 접근해 즐기는 재주는 놀랍다. 국내외 음원 사이트를 폭넓게 활용해 더 좋은 품질의 음원을 확보하고 공유하는 건 보통이다. 고가의 이어폰과 헤드폰을 쓰는 이들이라면 젊은 음악 폐인들이라 여겨도 큰 무리가 없다.


음악 감상의 과정과 방법을 섭렵해 통달한 부류도 있다. 가져본 이의 허망함은 “다 부질없다”라는 냉소로 드러난다. 거창한 오디오 기기도, 번거로움도 원치 않는 이완의 상태만이 필요한 이들이다. 선곡과 설명까지 동시에 해결되는 라디오에 빠지게 된 이유다. 지나간 편력의 확인과 새로운 자극까지 한 번에 해결한다. ‘라디오피아’의 매력은 애지중지하던 오디오 기기까지 몽땅 처분해 버릴 만큼 위력적이다.


이들의 중심엔 언제나 음악이 있다. 즐기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원하는 음악을 좋은 음질로 듣고 싶은 욕구란 모두 똑 같다. 무엇으로 음악을 듣는가? 이 부분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실물 음반의 시대가 저문다. 인터넷 기반의 음원으로 음악을 듣게 된 변화가 시대의 모습이 되었다.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의 통합이 필요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각자의 필요를 해결해 줄 쓸 만한 오디오 기기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모든 음원이 다 호환된다는 것의 의미]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음악재생법이 넘친다. 과거의 익숙함에만 머무르면 무한정 쏟아지는 다채로운 음악의 혜택은 포기해야한다. 조금 부지런을 떨어 끄트머리라도 잡는 게 좋다. 그래야 앞서가는 이들이 누리는 음악의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다.


2012년 세계적인 음악잡지 그라마폰에 칵테일 오디오의 광고가 실렸다. CD는 물론이고 최신 디지털 음원에 라디오까지 기기 하나로 재생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올 인 원(All in one) 뮤직센터다. 조잡한 장난감처럼 보이는 칵테일 오디오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광고를 유심히 보았던 눈 밝은 이가 있다. 헤르만 오디오의 김연경이다.


칵테일 오디오는 국내 노바트론사 제품이었다. 디빅스 동영상 플레이어를 만들던 컴퓨터 네트워크 전문 연구 집단의 역량이 더 다가왔다. 둘은 더 나은 칵테일오디오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기획과 제작의 협업으로 칵테일오디오의 이후 버전들이 나오게 된다. 세상에 없던 기능이 더해지고 더 나은 음질로 음악을 들려주는 물건이다.


현재의 칵테일오디오에선 지구상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음원이 돌아간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어렵지 않다. 간단히 말해, 오디오 포맷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LP는 CD 플레이어로 틀 수 없다. 또한 CD를 요즘의 스마트 폰이 받아줄리 없다. 이런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시킨 음악재생 기기가 칵테일오디오다. 다른 재료를 섞어 새로운 맛의 술을 만들어내는 게 칵테일 기법 아니던가. 컴퓨터와 오디오를 결합시킨 이종합체의 칵테일은 막연한 기대를 눈앞에 바로 펼쳐 보였다.


와이파이가 켜져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된다. 영국, 스위스, 독일의 양질의 음악 콘텐트가 무제한으로 내게 온다는 말이다. 아끼던 LP를 고해상도 디지털 녹음으로 보관할 수도 있다. 기존의 CD는 직접 듣거나 정보를 추출하면 본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다. 풍부한 인터넷상의 DB로 음반 재킷 사진까지 다운로드 되는 것은 덤이다. 다른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의 음원도 쓸 수 있다. 반대로 칵테일 오디오에 저장된 음원을 다른 기기로 옮겨도 된다. 고품격 MQS(mastering quality sound) 음원이라도 문제없다. 최강의 부품을 탑재시킨 DA 변환부가 최상의 음질까지 보증한다.

[새로운 이용법 찾아가는 음악 애호가들]
더러 비슷한 물건이 있긴 했다. 제한된 기능만을 결합시킨 절충형이란 점에 주의해야 한다. 칵테일오디오는 본체에 디스플레이 화면을 달아 컴퓨터 없이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유명 오디오 브랜드들은 이제야 겨우 따라오고 있다. 수준도 미치지 못한다. 기능도 떨어지고 조작법도 복잡하기만 하다. 해외 유명 잡지들이 칵테일오디오에 별점을 다섯 개 준 이유다.


쉽게 흥분하지 않는 합리적 성향의 유럽 사용자들이 장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 대의 기기로 쉽게 음악을 연결시키고 들려주는 진가의 확인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에서 칵테일오디오의 판매고가 치솟았다. 이런 놀라운 물건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다. 한다면 하는 국내 전문 연구원 집단 노바트론이 가진 원천 기술의 승리다.


칵테일오디오의 사용자들은 만드는 이도 몰랐던 용법과 가능성을 열어간다. 제주에선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해 건물 전체가 음악으로 뒤덮이게 한 이가 나타났다. 멋진 건축물에 음악을 더해 눈과 귀를 충족시키는 대지의 예술품이 현실화된 것이다. 새로운 음악만을 소개하는 인터넷 방송을 녹음해 일터에서 듣는 즐거운 환경미화원도 있다. 자신의 관심을 특화시킨 깊이의 즐거움이 돋보인다. 평생 모은 LP를 디지털 파일로 바꾸어 정리하는 교수도 보았다. 귀한 음악이 모두의 자산으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음반을 쌓아두고 자랑만 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좋은 음악은 나눌수록 힘이 커진다.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행은 아름다움의 공유다.


내 주위에서 칵테일오디오를 쓰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 일상의 분주한 틈에서도 음악 듣는 일만은 빼놓지 못하는 멋쟁이들이다. 처음 바람을 넣긴 했다. 활용도가 역전되는 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 좋은 음악을 찾아내고 즐기는 열정 앞에 원조의 역할은 빈약했다. 난 기기를 소개했고 그들은 인터넷의 바다에서 음악을 찾아냈을 뿐이다.


좋은 음악의 감동은 입까지 근질거리게 하는 모양이다. 음악의 뒷이야기까지 곁들여 주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만나 밥 먹고 술 먹으며 놀았다. 오디오 기기로 이어진 즐거움은 연일 새끼를 치고 있는 중이다. 친구인 유형종의 무지크바움 음악실에서도 칵테일 오디오가 돌아간다. 음악 듣는 일이 곧 일인 친구의 말을 옮겨야 한다. “이 한 대면 좋은 음악이 나오는 데 더 이상 뭐가 필요하지?” ●


윤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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