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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예보 빗나간 기상청에 항의전화 빗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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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밤새 최선 다했으나…>
○…태풍 「셀마」가 엄청난 피해를 내자 기상대와 재해대책본부 등에는 『이렇게 큰 참사가 났는데 어떻게해서 예보는 우리나라 내륙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고 했느냐』는 항의전화가 빗발.
기상대측은『철야를 해가며 37차례의 태풍경보를 내보내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피해가 커 할말이 없다』 면서도 『중공·일본보다는 우리예보가 비교적 정확했다』고 엉뚱한 해명.
그러나 기상대는 이번 태풍의 강도도 예측하지 못했고 진로도 예상보다는 부산·포항 앞바다쪽으로 근접, 내륙에까지 큰 피해를 준데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는 표정들.

<"앓던 이 빠진 기분">
○…항소심에 계류 중이던 민주당 유성환의원에 대해 담당 재판부가 보석결정을 내려 석방되자 검찰은 떨떠름하면서도 홀가분해하는 표정.
지난 13일하오 재판부의 보석결정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은 관계법률을 검토하는 등 즉시항고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하는 때에 한해 대법원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규정을 들어 즉시항고를 포기하기로 결론.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당초 유의원을 구속했던 검찰로서야 법원의 보석결정에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즉시항고기간인 3일동안 항고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않는 방법도 생각했으나 그럴경우 어차피 3일후엔 유의원이 풀려나게되는 등 모양이 좋지않아 즉시항고 포기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어쨌든 골치아픈 사건 하나가 떨어져 나가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라고 소감을 피력.

<법원의 변신을 개탄>
○…지난 13일과 14일 서울형사지법이 2명의 시국사건관련 대학생을 첫 공판에서 결심과 선고를 해 풀어주는 등 이례적인 「급행재판」을 강행하자 법조계에서는 「경솔한 처사」라고 입을 모아 비판.
일부에서는 『모양이 다소 어색하더라도 대세가 물어주는 것이니 별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아무리 시류가 그렇더라도 법원은 충분한 심리 절차와 격식을 존중했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기민(?)하기 짝이없는 법원의 변신을 개탄.

<"언론이 재판해버려">
○…6·29선언이후 첫 과격구호시위로 관심을 끌었던 지난 1일의 서울가리봉동 가두시위와 관련, 구속된 대학생 15명의 처리를 놓고 검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곤혹스런 표정.
당초 검찰은 『학생들의 과격구호가 모처럼의 민주화 분위기를 깬다』며 전원 구속방침을 세우는 등 서슬이 퍼렇게 덤볐으나 구속된 학생들이 대부분 주모자가 아닌 단순가담자여서 요즘같은 「민주화시국」에 전원 기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소유예 등으로 풀어주자니 모양이 우스워진다며 고민을 거듭.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재판을 언론이 이미 다해버려 검찰만 더욱 골치아프게 됐다』고 엉뚱한 학살.

<시국상황 방향못잡아>
○…3월 대학개학 이후 연일 계속돼온 시위·농성진압대책에 숨돌릴새도 없었던 치안본부는 9일의 이한열군 장례식 이후 상반기 시국치안업무가 사실상 종결돼 「여름휴무」에 들어간 가운데 「자고나면 달라지는 시국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아직 방향을 못잡고 있는 인상.
치안본부는 시국치안상황종료에 따라 즉각 시국치안인력을 방범에 돌러 5대 범죄소탕 민생치안에 주력토록 시달하는 등 변신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으나 6·29선언후 변화가 워낙 극적이고 급템포여서 「절대안정 진압봉쇄」식의 굳어진 발상과 관행 사이에서 당혹을 느끼는 표정이 역력.
일부 소장간부들 사이에서는 『사회전반이 민주화하는데 경찰이라고 예외일 수 있겠느냐』며 오랜 숙원인 경찰중립화·수사권독립 등 경찰민주화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가하면 상층부에선 『이러다가 나라가 어떻게될지 걱정이다. 벌써부터 이러는데 2학기 개학이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최근 민주화바람을 타고 분출하는 각계의 집단행동사태에 생리적 반감(?)과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자수만 기다릴 수밖에>
○…민주당 서울관악지구당 「용팔이」각목난동사건의 수사본부가 설치된 관악경찰서에서는 수사책임자인 정악진수사과장이 지난13일부터 휴가를 떠난데 이어 20일부터는 6주간 교육에 들어갈 예정인데다 부책임자 이재무형사계장까지 도보대로 발령이 나버리는 바람에 수사는 더욱 맥이 빠진 느낌.
사건발생 3개월이 지나도록 주범 「용팔이」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한 수사팀들은 최근 허위정보에 시달린데다 수사과장등이 완전히 자리를 비우게 되자『용팔이를 잡는 것은 아예 포기상태』라며 『자수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투덜투덜.

<기회주의속성 드러내>
○…한국노총 간부들은 지난12일 섬유·금융등 산별노조연맹산하 33개 단위노조간부 1백여명이 흥사단회의실에 모여 「노조민주화실천위원회」를 발족시키고「4·13조치」지지성명을 냈던 노총을 「어용」이라고 비난하는 발족취지문을 발표하자 벌레씹은 표정들.
단위노조간부들은 발족취지문에서 『전체조합원의 의사에 반해 「4·13」지지성명을 냈던 노총이 「6·29」선언이후 대도를 돌변, 전격적인 노동법개정을 국회에 청원한 것은 노총의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웃지 못할 작태』라고 맹공격. 이에 대해 노총의 한 간부는『노총이 단위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지지성명을 낸 것은 반성의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조간부가 노총을 「어용」으로 매도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가 아니냐』며 전전긍긍.

<직원들 사기 떨어져>
○…「민주화」바람이 가속되면서 최근 내무부는 직원들의 사기가 눈에 띄게 떨어진 인상.
이는 개헌논의와 함께 지자제실시방안이 원천서부터 재론돼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선제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 실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뚜렷해진 때문으로 시장·군수·지사등 「자리」하나를 보고 일해온 내무부 공무원들은 희망과 목표가 사라져 허탈에 빠진 모습들.
상·하위직 할 것없이 『이러다가 기관장도 못 나가보고 끝나게 생겼다』는 농담성 진담이 공공연히 나도는 가운데 특히 하위직들의 동요가 심해 일부에서는 선거에 앞서 하위직공무원 사기진작책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학부모들 전화 쇄도>
○…시국관련 제적생을 구제키로 한 문교부의 방침이 발표된 뒤 최근 각 대학 학적과에는 자녀가 운동권 학생이었음을 주장하는 제적학생 학부모들의 전화가 쇄도.
서울대학적과에는 지난 1일부터 내 자식이 성적불량으로 학사제명이 되긴 했지만 사실은 운동권의 배후로 성적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칭운동권 학부모의 전화가 30여통이나 걸려와 직원들이 크게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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