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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까지 겨냥한 트럼프…기아차 유탄 맞나

중앙일보

입력

5일 오후 1시(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트위터에 돌연 '도요타 자동차'의 이름이 올라왔다. "도요타자동차가 멕시코 바자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는데 절대 안 된다.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포드·제너럴모터스(GM)·캐리어 등 미국 기업에 대해 "미국 밖으로 공장 이전하는 건 용납 않는다"고 못을 박아왔다. 미국 내 고용을 줄일 경우 가만 있지 않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지난 3일에는 포드로 하여금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규모의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미시간주에 7억 달러(약 8330억원)규모의 공장을 신설한다는 항복 선언을 얻어내는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이날 처음으로 그 화살이 일본 기업으로까지 번지자 도요타는 물론, 외국 글로벌기업들도 경악했다. 도요타 미국법인은 성명을 발표하고 "멕시코에 신 공장을 건설해도 미국 내 생산 대수와 고용이 감소하는 일은 없다"며 "도요타는 미국 내에만 10개의 공장, 13만6000명의 종업원이 있는 만큼 트럼프 정권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요타로선 2010년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리콜 문제로 미 의회에 불려가고 대대적인 미국 내 불매운동에 시달렸던 악몽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트위터는 도요타 사장이 5일 도쿄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은 그대로 추진한다"고 말한 것을 반박하면서 나왔다. 다만 트럼프가 말한 멕시코 바자 공장은 승용차가 아니라 픽업트럭 타코마를 생산하는 곳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9월 이 공장 증설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트윗은 사실관계조차 틀린 것이다. 정작 트럼프가 지적한 코롤라 생산 공장은 멕시코 과나후아토주 공장으로, 도요타는 2년 전인 2015년 4월 약 10억 달러(약 1조1900억원)를 투자해 새 공장을 세운다는 발표를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던 코롤라 공장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연간 20만 대 생산규모로 약 2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 지난해 11월 기공식까지 마쳤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 재무상은 "도요타가 미국 내에서 얼마나 많은 차를 생산하고 있는 지 새 대통령 머리 속에 들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사히신문은 "기존 미국 내 고용과 생산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데다 코롤라의 미국 판매가 늘면 오히려 판매망의 고용 증가로 이어질 것 아니냐"며 어이없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도요타의 대응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트럼프 스타일'을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수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기업의 국적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미국 우선'을 압박하고 나설 공산이 큰 만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도쿄 증시에서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는 2% 안팎 하락했다.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둔 기아자동차도 긴장하고 있다. 기아차는 1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9월 멕시코 공장을 준공했다. 지난해 5월부터 준중형차 K3(현지명 포르테) 생산에 들어갔다. 연간 40만 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생산량의 60%를 북미로 수출할 계획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미 공장을 준공했기 때문에 단순 투자 계획을 밝힌 포드ㆍ도요타와는 다르다. 하지만 트럼프가 공언한 것처럼 향후 멕시코 생산량에 대해 35%의 관세를 매길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은 2015년 기준 800만 대 이상을 수입하는데 그 중 약 30%가 멕시코 생산량이다. 만약 여기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면 차값이 올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트럼프가 공약 대로 밀어붙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김기환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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