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전문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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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헌법전문은 곧 헌법의 서문이다. 그러나 그 형태나 성격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 프랑스, 서독, 일본의 헌법은 전문을 두고 있으나 소련, 스페인, 노르웨이, 벨기에등은 아예 없다. 이탈리아, 브라질등은 전문에서 헙법제정의 유래, 목적등만 표시하여 법적 성격을 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헌 헌법이래 전문을 두고 있을뿐 아니라 거기에 헌법제정 권력의 소재와 헌법의 기본정신및 원리를 담아 근본규범으로서의 법적 효력을 부여하여 헌법해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헌법 원리와 정신엔 우리 건국정신과 치정이념, 국가 이상이 포함된다. 지금 논란이 일고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새 헌법의 전문에는 건국정신으로 임정의 법통성과 3·1독립정신, 4·19민주정신을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며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임정은 전통적 정치체제였던 봉건적 군주제를 포기하고 근대적인 국민 주권론과 민주공화정 원리를 도입했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 헌법원리와도 일치된다. 국호도 똑같은 「대한민국」이었다.
따라서 임정법통의 승계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울뿐아니라 한때 단절됐던 국통을 메우고 그것을 우리가 이어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3·1 독립운동은 우리 국민 전체가 동원된 가장 근대적인 민족주의 운동이다. 따라서 3· 1정신은 우리의 건국정신으로 삼아 계승하고 전수할 가치가 있다.
4월 학생의거는 우리나라 최초이며 본격적인 민주화 운동이다. 그것은 그 이후의 민주화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을뿐 아니라 우리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한 외면할수 없는 역사적 거사다. 따라서 민주헌법의 정신으로 간직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일각에서는 동학정신과 5·18 광주사태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역사적 평가가 다양할뿐 아니라 결론도 도출되지 않았다. 또 그것이 나타내는 국민저항권과 민주화 정신은 이미 4·19정신에 포함돼 있다.
새헌법 전문에 표현돼야할 치정이념은 자유민주주의와 국제협조주의로 충분하다고 본다.
국가목표로는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과 발전, 국제평화로 하고 이것은 궁극적인 국가이상인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길임을 명시해야 할것으로 본다.
그밖에도 논의의 대상이 돼있는 것으로는 정치보복 금지와 군의 정치개입 금지등이 있다. 이것은 모두 민주발전에 꼭 필요한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확고한 민주주의만 보강되고 수호된다면 구태여 명문으로 전문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묵시적으로 보장되는 일이다.
헌법전문은 간략하면서도 차원 높은 내용을 쉽고도 세련된 문장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것은 또 특수하고 번잡한 사실이나 용어의 나열이어서도 곤란하다. 전문은 보편적 타당성과 상징적 표현성을 갖출때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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