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수수료 인하 … 공격경영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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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우리은행이 전격적으로 인터넷뱅킹 수수료를 인하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 경제적 책임을 하는 '토종은행'이 되겠다며 공격 경영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들이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14일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에서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 2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6년 경영전략 워크숍'을 열고, 인터넷뱅킹 송금 수수료 등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16일부터 우리은행의 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송금 수수료는 건당 600원에서 300원으로, 텔레뱅킹 타행 이체 송금 수수료는 송금 액수에 따라 건당 500~1000원에서 건당 500원으로 최대 50% 내린다. 이로써 우리은행의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송금 수수료는 8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송금 수수료는 8개 시중은행 중 국민.하나은행이 600원이며 나머지 은행은 500원이다. 또 텔레뱅킹 타행 이체 송금 수수료는 신한.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이 500원으로 가장 낮았으며 나머지 은행은 600~1000원이었다.

우리은행은 또 중소기업 대출을 담보에서 기술력 위주로 전환하기로 했다. 16일부터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무담보 대출 등 다양한 맞춤 대출을 제공하는 '하이테크론'을 1조원가량 판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상호저축은행과 제휴해 중소기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제공하는 등 공동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서민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황영기 행장은 이날 토종은행론과 관련, "우리은행이 소유와 경영상 (토종은행의) 조건은 충족했지만 국민 경제적 책임을 다해야 진짜 토종은행"이라고 밝혔다. 내국인이 소유.경영하고 상업은행의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가 경제 성장과 국민 후생 증대에 기여해야 토종은행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넷뱅킹 수수료 인하와 중기 무담보 대출 확대 등은 이 같은 토종은행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황 행장은 "일등은행 달성은 우리 경제를 지켜 달라는 국민의 염원이자 직원의 사명"이라며 "사냥에 앞서 자신의 둥지를 부리로 깨부수는 '장산곶 매'처럼 비장한 각오로 출정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논리에 따르면 한국에 토종기업은 별로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대부분 우량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토종기업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토종은행론'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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