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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유정, 전관 출신 아니었다면 100억 수임료 없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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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장판사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런 거액을 받을 수가 없다.”

정운호 등에게서 부당 거액 수임료
1심서 징역 6년, 추징금 45억 선고
“사법제도 신뢰 흔들어…장기간 실형”

법원의 처벌을 가볍게 해 주겠다며 10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유정(47·여·사진) 변호사에게 재판부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비리를 지적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최 변호사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45억원을 선고했다. 최 변호사는 송창수(41)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와 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총 100억원의 부당한 수임료를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가 유죄로 인정됐다. 최 변호사와 함께 송 전 대표로부터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브로커 이동찬(45)씨에게는 징역 8년과 추징금 26억3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전관 출신으로서 재판부와의 친분관계 등을 이용해 이들에게 접근하여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받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또 “공정한 재판 절차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 변호사의 욕심으로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피고인을 장기간의 실형에 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에게 선고된 추징금 45억원은 부당 수임료 100억원 중 실제로 그가 받은 몫이다. 최 변호사와 이씨는 2015년 6월 유사수신업체 인베스트컴퍼니와 이숨투자자문 등을 운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송 전 대표에게 “재판부에 청탁해 집행유예를 받아 주겠다”며 50억원을 받아 냈다. 재판부는 이 중 절반인 25억원을 최 변호사가 챙겼다고 판단했다. 또 2015년 12월 최 변호사는 송 전 대표의 소개를 받아 상습 도박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정운호 전 대표를 찾아가 “ 보석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그 대가로 50억원을 요구했다. 정 전 대표는 2015년 12월 24일 20억원을 지급한 뒤 지난해 2월 나머지 30억원을 건넸다. 같은 달 항소심에서 보석 신청이 기각되자 30억원을 돌려받았다.

최 변호사의 전관예우 비리는 ‘정운호 게이트’의 시발점이었다. 지난해 4월 최 변호사와 정 전 대표가 수임료 반환을 놓고 구치소에서 다투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구치소 접견 도중 정씨에게 폭행을 당하고 욕설을 들었다”고 고소했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재판부에 대한 로비 대가로 100억원의 수임료를 챙긴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면서 “건국 이래 최대의 불법 법조 브로커 사건”이라는 표현을 썼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 전 대표의 상습 도박 혐의를 변호하던 ‘스타 검사’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비리가 적발됐다. 홍 변호사는 사건 관련 청탁 등의 명목으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2월 징역 3년에 추징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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