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박 대통령, 미르·K재단 해명은 거짓"…수석회의서 대응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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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비서관이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검찰과 특검 조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강제 모금 의혹을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사전에 해명을 준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중앙포토]

특검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지난해 10월 12일 자로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VIP→면담, 모금: BH주도X → 재계+BH, 인사: BH개입 X→BH 추천검토, 사업: BH주도X→BH 협조에 참여'라고 써있었다.

VIP는 대통령을, BH는 청와대(Blue House)를 의미한다.

재단 모금은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재계와 청와대가 함께 한 것이고,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 추천을 검토했을 뿐이란 뜻이다. 또 사업도 청와대가 주도한 게 아니라 협조에 참여했을 뿐이라는 내용이다.

메모가 작성된 날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성우 홍보수석 등이 참석한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두 재단과 관련한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박 대통령은 10월 20일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과거에도 많은 재단들이 기업의 후원으로 이런 사회적 역할을 해왔는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재단 설립의 경과"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재단 설립과 모금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미리 정한 내용대로 부인한 것이다.

안 전 수석은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석들이 대통령에게 재단 설립 과정에 의혹이 많으니 사실대로 밝히고, 비선실세와 관련해서도 비선실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표하자는 건의를 드렸는데 대통령께서 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만 일부 받아들이시고, 비선실세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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