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당한 청년 머리에 총 쏜 이스라엘 군인 유죄 두고 '시끌'

중앙일보

입력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 군사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엘로르 아자리아 병장.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 군사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엘로르 아자리아 병장.

부상 당한 비무장 팔레스타인 청년을 사살한 이스라엘 병사의 살인죄 판결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사법원은 고의 살인(manslaughter) 혐의로 기소된 엘로르 아자리아(20) 병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저항이 불가능한 팔레스타인 남성을 죽였다”며 “(유죄 판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주심 재판관 마야 헬러는 아자리아의 행위를 “단순한 복수”로 정의했다. 구체적인 형량은 추후 선고될 예정인데, 최대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자리아 측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3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검문소에서 일어났다. 검문소를 지키던 군인에게 팔레스타인 청년 압둘 파샤 알샤리프(21)와 람지 아지즈 알카스라위(21)가 흉기를 휘둘러 이스라엘 군인 1명이 다쳤다. 동료 군인의 대응 사격에 알샤리프는 부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졌고, 알카스라위는 즉사했다. 구급차가 출동하는 등 현장이 정리되는가 싶던 순간 아자리아 병장이 갑자기 쓰러진 알샤리프의 머리를 향해 총을 쐈다. 주변의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검문소를 감시하던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츨렘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돼 유포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스라엘 군 검찰은 “교전수칙을 어겼다”며 아자리아를 지난 5월 기소했다. 아자리아는 “알샤리프가 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고 믿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이스라엘 여론은 엇갈렸다. 시민단체는 처벌을 주장한 반면 보수 인사들은 아자리아를 두둔했다.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아자리아 사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면권을 가진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사법절차가 모두 진행된 뒤 사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IDI)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정당방위’라고 답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유죄 판결을 반겼다. 알샤리프의 아버지 유스리 알샤리프는 “(아자리아가) 팔레스타인이었다면 체포돼 고문을 당한 뒤 종신형을 선고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아자리아를 사면할 경우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