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홀대받는 몸의 하부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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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그러나 뇌의 만족이 곧 건강은 아닙니다. 포도당을 살펴 보지요. 뇌는 본능적으로 포도당을 갈구합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지요. 다른 장기나 조직은 기아 상태에서 포도당 이외 다른 영양분을 분해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뇌는 그렇지 못합니다. 항상 핏속에 포도당 농도가 올라가 있길 원하며 뱃속 내장에도 복부비만 형태로 포도당을 가득 쌓아놓길 원합니다.

이 경우 뇌는 당장 편합니다. 그러나 이를 방치할 경우 마치 휘발유가 넘치는 차에 불이 잘 붙듯 전신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이른바 당뇨병이 발생합니다. 담배나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니코틴과 알코올은 뇌를 자극하고 이완시켜 잠깐 기분 좋게 해주지만 이내 몸을 골병들게 합니다.

뇌가 좋아하는 리모컨과 엘리베이터,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편안하지만 어느새 혈관에 기름이 끼고 이 때문에 동맥경화 등 성인병이 발생합니다. 이를 방치할 경우 뇌혈관 자체도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으로 뇌도 결국 죽게 됩니다.

저는 그동안 홀대받아 온 인체의 하부 구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바로 팔과 다리지요. 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혈관에 기름때가 끼지 않습니다. 아울러 이들은 근육 속에 포도당을 저장했다가 뇌가 필요할 때 신속하게 공급함으로써 당뇨를 예방하고 활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여러분이 진정 건강을 위한다면 팔과 다리를 아끼고 배려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알기 쉽습니다. 몸은 원시인이나 현대인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팔과 다리의 역할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유전자는 수백만년 전 잉태된 원시인의 몸에 알맞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유전자의 본래 취지에 충실하게 팔과 다리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뜻입니다. '발품을 많이 팔아야 장수한다'는 옛말 그대로입니다.

이 점에서 저는 신발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신발은 편하신지요. 사소해 보이지만 편한 신발이야말로 건강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뇌는 여러분에게 명령할 것입니다. 발이 아프고 불편하더라도 맵시 있고 멋있는 신발을 신도록 말입니다. 그러나 거부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는 비결입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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