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참전작가들 새시각의 장편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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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월남전 체험을 다룬 장편들이 철군 14년, 패망 12년만인 올들어 활발하게 간행되면서 우리문학의 지평을 넓혀가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7월 들어 소설가 이원규씨(40)는 장편 『훈장과 굴레』를, 지난 5월에는 이상문씨(41)가 장편『황색인』을, 또 지난3월에는 김상렬씨(40)가 장편 『붉은 달』을 각각 펴냈으며, 올 가을에는 한동안 집필이 중단됐던 황석영씨 (44)의 『무기의 그늘』이 집필완료 후 발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월남전이 우리정치·경제·사회에 미친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 전쟁을 다룬 장편으로는 고작 박영한씨의 『머나먼 쏭바강』『인간의 새벽』, 안정효씨의『전쟁과 도시』정도였다. 단편으로는 전쟁에 직접 참전했던 여러 작가들에 의해 상당량 집필되었으나 대부분 사상 처음으로 기후와 풍토·역사가 다른 해외에서 치러지는 전쟁의 독특함을 그려내는데 그쳤다고 평론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작품들의 특징은 단편적인 전투중심의 묘사나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황폐, 휴머니즘 및 전우애, 사랑과 좌절을 그린 종전의 작품과는 달리 월남전의 의미를 다양한 측면에서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즉 월남민족의 고통이 곧 모든 약소민족, 특히 아시아인의 시련이라는 시각과 우리가 겪었던 6·25와 분단현실에까지 연결해 공동의 아픔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작인 이원규씨의 『훈장과 굴레』는 6·25로 고아가 됐던 한 장교가 한국군과 해방전선사이에 끼여 고통을 당하는 작은 전략촌을 발견, 선무공작에 성공하나 그 일로 말미암아 그 전략촌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씨는 『자기 역사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민족의 비애와 절망을 증언하여 궁극적으로 우리 문제에 접근하려 했다』고 집필의도를 밝히고 있다.
지난5월에 발간된 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현재 2만부 이상 팔려나간 이상문씨의『황색인』은 한·미·일 연락사무소를 중심으로 해서 펼쳐지는 각종음모를 통해 아시아지역의 공통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김상렬씨의 『붉은달』은 월남에서 만난 한 여인과의 사랑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권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 역시 새로운 시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집필중인 황석영씨의 『무기의 그늘』은 연합군과 해방전선이 다낭시 암시장에서 벌이는 이권다툼을 통해 전쟁이란 가장 냉혹한 형태의 장사임을 나타내고 있다.
황씨는 해방전선측에 가담한 한 대학생의 눈이자 아시아인의 시각으로 이 전쟁을 짚어가고 있다.
이들 작가는 모두 30대 후반부터 40대초·중반의 나이로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사이 월남전에 직접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집필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최근의 작품들은 월남전이 단순히 먼나라 전쟁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분단 현실과 어떻게 맞물려 이어졌는가 하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제 시간적으로는 묵은 소재지만 그것을 우리시각과 연결함으로써 오히려 각도를 달리한 신선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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