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1년6개월 만에 해양 플랜트 수주­… BP와 1조5000억원 계약 성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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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현재 건조 중인 대형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 매드독 유전 2단계 프로젝트에 납품할 설비와 같은 종류다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현재 건조 중인 대형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 매드독 유전 2단계 프로젝트에 납품할 설비와 같은 종류다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새해 첫 수주이자 국내 업체의 1년6개월 만의 해양플랜트 수주다. 삼성중공업은 오일메이저인 BP가 발주하는 ‘매드독(Mad Dog)Ⅱ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ㆍFloating Production Unit)를 1조5000억원(약 12억7000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설비는 미국 뉴올리언즈 남쪽 300km 멕시코만 해상 매드독 유전의 2단계 개발 사업에 투입된다. 하루에 원유 11만 배럴과 2500만ft3 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으며, 자체 무게만 5만8000t에 달하는 대형 설비다. 납기는 2020년 8월까지다.

매드독 유전은 1998년 발견돼 2005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량은 1일 원유 8만 배럴, 천연가스 6000만ft3다. BP는 2009년 추가 탐사 결과 매장량이 당초 추정했던 양의 2배인 40억 배럴 이상인 것으로 확인돼 2단계 개발을 추진해왔다.

삼성중공업은 ENI사가 발주하는 모잠비크 코랄(Coral) 프로젝트에 FLNG(부유식액화 천연가스 설비) 납품 계약 체결도 앞두고 있어 해양플랜트 분야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프랑스 테크닙, 일본 JGC 등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수주하는 이 프로젝트에 삼성중공업 몫은 약 3조원(약 25억 달러)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대로 회복된 가운데 1년 반 만에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일감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프로젝트 입찰 초기부터 원가와 계약구조 등 리스크를 철저히 검증하고 대비해 온 만큼 적정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9월 입찰 참여를 시작으로 1년 4개월 만에 계약 성사에 이르렀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조선업체 빅3와,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까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11만t 규모 FPU 건조 축적 기술 경험 등 내세워 수주를 따냈다.

지난 2년간 지속된 저유가로 추세로 그동안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는 아예 중단됐었다. 석유수출기구(OPEC) 감산 합의 효과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넘어서면서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프랜트 투자 심리가 회복 신호 여기 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오일메이저의 해양플랜트 손익 분기점이 배럴당 평균 46달러까지 떨어진 것으로 관측한다. 지상에 있는 유전 대비 고비용이었던 해양 유전 개발의 단점도 극복 중이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업계는 자연스럽게 해양 플랜트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일 메이저 회사들이 보유한 유전의 55%가 해양 유전이고, 약 2년간 해양플랜트 사업 발주가 중단된 만큼 2020년 이후 물량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슬슬 사업이 추진이 재개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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