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줄줄이 거짓말 들통난 이대 총장과 교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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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덴마크에서 체포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2일 현지 법원에서 구금 적부 심리를 받다가 잠깐 휴식 시간에 털어놓은 인터뷰 내용은 충격적이다.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이화여대 교수들이 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에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단체로 거짓말을 했음이 그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

정씨는 2015년 이대 체육특기자 전형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체육과학부에 입학한 것을 엄마 책임으로 떠넘겼다. 학점 특혜 의혹에 대한 답변은 한술 더 떴다. 그는 “2016년에 학교에 가지 않아 ‘아웃(제적)’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학점이 나와 의아했다. 그해 대학에 찾아가 최 전 총장과 류철균 교수를 한 번 만난 후에 학점이 나온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수혜 당사자가 의아할 정도였다니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힌다.

정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대학 총장과 교수들은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비선 실세’의 위세에 사학 명문인 이대의 합격증을 짬짜미로 내 주고, 해외에서 말을 탄다는 핑계로 학교에 나오지 않자 조교를 시켜 대리시험을 치르게 한 뒤 학점까지 챙겨준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와 이대 측 간에 모종의 특혜가 오갔는지 집중 수사해야 한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최씨 모녀가 지난해 4월 이대를 찾아가 최 전 총장, 김 전 학장, 체육과학대 교수 등 6명을 줄줄이 만나 학점 상담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학점이 나온 이유를 모른다”던 정씨의 주장이 거짓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교수들의 위증도 엄벌해야 한다. 부정 입학 및 학사 관리 특혜의 중심에 서 있는 김 전 학장이 “특혜를 주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한 국회 증언은 구속된 류 교수의 진술로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졌다. 최 전 총장 등 간부들도 위증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수들의 위증은 다른 직군 종사자의 위증보다 사안이 심각하다. 이미 학생들에게 원칙과 정의를 설파할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 특검은 정씨가 송환되는 대로 위증 진상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