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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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프카」의 단편 『변신』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날 아침「그레고르·잠자」는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속의 자신이 한마리의커다란 갑충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딱정벌레가 된 그는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고 변변히 얻어먹지도 못하다가 죽는다.
그의 「시체」는 늙은 가정부에 의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인간이 동물이나 물건으로 변신하는 얘기를 우리는 그리스신화나 우화같은데서 흔히 본다. 인간의 인간답지 못함을 경계하는 알레고리다.
물론 변신가운데는 자기 개혁, 자기 계발을 위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는 자신의 신념과 언행을 하루 아침에 뒤엎고 눈 앞의 이를 좇아 변신을 밥먹듯 하는 부류들이 적지 않음을 본다. 그같은 기회주의자를 역사는 변절로 경멸한다.
프랑스 혁명때 사냥개처럼 예민한 코를 가지고 새로운 권력을 찾아 꼬리를 쳤던 「푸셰」 의 족적은 「변절의 교과서」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로베스피에르」와 함께 혁명에 참여했다가 반 「로베스피에르」 음모를 꾸며 성공하자 경시총감이 된다. 얼마후 「나폴레옹」이 부상하자 이번엔 그에 협력, 갖은 충견 노릇을 다한다. .
그러나 「푸셰」는 전국에 깔린 자기의 정보망을 통해 누구보다도 먼저 「나폴레옹」의 워털루패전 소식을 듣고 「루이」 18세를 옹립, 그 댓가로 장관자리를 약속받는다.
「나폴레옹」 이 엘바섬을 탈출하여 파리로 진군하자 그는 재빨리 변신, 『봄은 제비와 오캐캐꽃과 함께「보나파르트」를 모셔올것』이라면서 환영대열에 앞장선다. 「백일천하」에서도 알량한 자리를 지킨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변절의 꼬리도 너무 길면 잡히는 법이다. 「루이」 18세는 백일천하때 「나폴레옹」에게 충성한 반역자들을 모두 추방했다.
「푸셰」는 자신이 작성한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빼었다가 들통이 나 결국 해외로 추방되었는데, 아무데서도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절자의 말로는 이처럼 비참한 것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에 이렇게 적었다. 『아첨을 잘하는 자는 충성하지 않고, 간(간)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배신하지 않는다』
소신과 신념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게 우리의 선비문화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정치, 사회풍토에는 변신을 마치 새옷 갈아입듯 손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특히 권력의주변이나 비호속에서 목에 힘을 주고 큰소리 치던 사람일수록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민주화는 모두가 자신의 언동에 책임을 지는데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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