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교는 무엇을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대교수들이 시국성명을 발표했을때 우려되면서도 한편으로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민족의 대학임을 자랑하는 서울대의 교수들이 진실을 제대로 말할수 없다면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수 있겠는가』『구속학생들이 석방될 경우 모두 학교로 돌아올수 있도록 애써달라』『교수와 학생간에 대화의 길이 막혔다. 졸업식장 집단퇴장사건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꾸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7일하오 서울대 부산지역 학부모간담회가 열린 이사벨여고 강당.
8백여명의 학부모들은 무더운 날씨에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3시간동안 진행된 간담회의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민주화로 치닫는 사회분위기에 맞추어 학부모들의 질문도 대부분 대학당국이나 정부의 학원정책을 비판하는 내용들.
경영학과 3년 장모군의 아버지라고 밝힌 한 학부모가 질문에 나섰다.
『서울대 당국은 학생들이 분신 또는 투신하거나 고문으로 죽음을 당해도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서 하나 내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방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학생들의 시험거부는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r알고 있는데 이를 「자해행위」로 보는 학교측의 사고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학교측을 공격.
학교간부들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당황해하는 표정들.
답변에 나선 박봉식총장은『격동기에 대학생은 그 시대의 희생물이 되어왔다. 교육자는 비난을 받을지라도 학생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하는 보수주의자들일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은 학생과 정부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대학이제자리를 찾는 자율화의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강당을 메운 학부모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엄숙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