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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반기문에 문 열려있어” 빅텐트론 불붙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새해 벽두부터 야권 빅뱅을 노리고 정계 재편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당·비박신당에도 합류 제안
안희정 “손학규 정계은퇴를” 공격
손 측 “친문 홍위병 관둬라” 반박

22일 개헌을 명분으로 ‘국민주권개혁회의’를 발족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3일 라디오에 출연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새로운 나라의 개혁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문은 열려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는 개혁세력이라면 민주당이건 국민의당이건 가릴 것 없이 문호가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에서 뛰쳐나온 개혁보수신당을 향해서도 “기존 보수세력을 개혁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참여하겠다면 같이 생각을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 측은 국민주권개혁회의에 손 전 대표와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일부가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측근은 “개혁회의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합류할 의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빅텐트론’이라는 야권 재편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빅텐트론은 민주당 내 친문재인계를 제외한 비주류와 국민의당, 손 전 대표 등 나머지 세력들이 제3지대에서 연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김병욱(성남 분당을) 의원이나 임종성(광주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국민주권개혁회의 합류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지만 탈당 여부에 대해선 모두 손사래를 쳤다. 손 전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강훈식(아산을) 의원도 “손학규계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나간다고 해서 개헌이 되느냐”며 “탈당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손 전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말라.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이 거듭되면 정당정치는 혼란에 빠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 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손 전 대표 측 이찬열 의원은 “친노·친문 정치, 패거리 정치, 상속 정치는 그만하면 족하다. 친문의 홍위병이자 패거리 정치의 행동대장이 되어 다른 정치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이냐”고 받아쳤다.

야권에 빅뱅을 일으키려는 세력과 저지하려는 세력이 부딪치는 지점은 결국 개헌이다.

지난해 정계 복귀와 함께 민주당을 탈당한 손 전 대표 측은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를 만들자고 주창해 왔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일에도 “현재 대통령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자고 하는 호헌세력은 그 기득권과 패권을 지키려고 하는 수구세력”이라며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을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60여 명으로 추정되는 비문계 및 개헌파 의원들이 손 전 대표가 추진하는 국민주권개혁회의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국의 스포트라이트가 개헌으로 옮겨지는 데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성운·위문희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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