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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대통령 탄핵 소추가 바꾼 대선 민심

중앙일보

입력

헌법재판소가 3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첫 심리를 시작했습니다.  비록 박 대통령 불참으로 9분만에 끝나긴 했으나 헌재의 심판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선거가 앞당겨진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차기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도에도 격랑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일보가 신년특집으로 지난해 12월 28~30일 유권자 1000명에게 물어본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인됩니다.

엘리트형(25%)보다 서민형(66.3%) 대통령이 압도했습니다. 대통령의 자질도 능력(31.1%)보다 도덕성(65.5%)을 훨씬 중요하게 봤습니다. 경륜(37.9%)보다는 참신성(57.4%)을 더 높이 사는 걸로도 나타났습니다. 진보 성향(63.9%)이 보수 성향(26.2%)을 2배 이상 앞질렀습니다. 여론중시형(51.4%)이 카리스마형(41.3%)를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청렴하면서 서민과 소통이 되는 진보주의 성향’의 대통령이 이상형이라고 요약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결과는 석 달 전 『19대 대통령』이란 책의 저자들이 했던 비슷한 여론조사(2016년 9월 1~6일)와는 사뭇 다릅니다. 당시엔 도덕성(33.2%)보다는 능력(36.6%)을, 여론중시형(28.2%)보단 카리스마형(49.6%)을, 참신함(26.8%)보단 경륜(46.2%)을, 도덕성(33.2%)보다는 능력(36.6%)을 더 높이 샀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진보(37.2%)와 보수(33.2%)도 팽팽했지요. 그 사이 벌어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가 민심을 뒤바꿔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조사에선 특히 정치에 대한 20대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게 눈에 띕니다. 응답자의 92.2%가 ‘투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역대 대선 때마다 당락의 방향타를 쥐었던 50대(82.3%)와 60대(84.1%)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모바일로 연결된 데다 촛불 집회를 거치며 더 이상 ‘참지 않게 된’ 20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가 대선 풍향계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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