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화진행에 북한당혹 대화재개 당분간 피할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경∥최철주특파원】북한은「노태우선언」으로 누구 못지않게 경악, 한국에 대한 공격목표가 약화돼 당혹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 북한문제연구가들은 보고 있다.
6·29선언이 있은지 5일후인 3일에야 평양방송은 처음으로 민정당의 시국수습안에 언급,『학생들은 참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계속 싸울것을 강조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하는데 그쳤으며 북한노동당 및 일본에 있는 조총련의 기관지는 3일까지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반도문제 전문가인「고마키」(소목휘부·아시아경제연구소 주임조사연구원)씨는『북한은 최근 한국의 사태진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매우 당황하고 놀라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조치가 잘 진행되는 상태에서 서울올림픽에 관한 IOC의 구체적인 제안을 계속 거부한다면 북한은 고립을 면하기 어려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이 민주화 되지 않았으며 정치적으로 불안하다는 주장을 내세워 올림픽개최가 불가능하다고 선전해 왔으나 민정당의 특별선언으로 그같은 주장의 뿌리를 잃게 됐다는 얘기다.
「사토」(좌등승사·현대코리아연구소소장)씨는『북한은 민정당의 노태우대표가 시국수습안을 제시할만한 능력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현재는 대한정책을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불능 상태에 빠져있다. 한국의 어느 누구를 공격할 것인지, 또 누구를 교섭상대로 볼 것인지 매우 당황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남북대화 재개문 제에도 아무런 반응을 나타낼수 없으며 로잔체육회담도 유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야시」(임건언·동해대학) 교수는『한국의 민주화추진에 맞추어 북한이 적절한 대응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북한의 대외개방 움직임은 시초부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며 결국 고립화의 위험을 안게 될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북한은 남북대화 전략을 수정해야 할것이다. 이번달에 열릴 예정인 로잔의 스노츠회담에서 한국과 어떻게 대좌할 것인지 북한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한국에서 또다른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으며 그같은 혼란을 유발시키기 위해 선전과 책략을 꾸밀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의견도 있다. 「다케사다」(무정수사·방외청방위연구소)씨는 남북한 대화재개 전망에 대해 『한국에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소요가 일어난다든가 김영삼·김대중씨간의 정권다툼의 심화, 학생시위등이 재 발된다면 북한은 그때 가서야 대화를 재개하자는 반응을 보일것이다. 북한은 한국이 정치적으로 안정될 수가 없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의 한국정세를 1980년의「서울의 봄」처럼 해석하고 있으며 『반드시 제2의 소요사태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거의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사토」씨는 북한이 한국의 혼란을 최대로 이용한 시기가 80년「서울의 봄」이후 최규하대통령이 취임했던 때이며 남북총리회담을 하자고 북한이 제의했던 것도 그같은 어수선한 시절이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에 새로운 소요가 일어날때까지는 북한은 결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