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조작기준 뭐냐 … 처녀생식 납득 못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바꿔치기=서울대 조사위원회 정명희 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바꿔치기라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고, 한때 있었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꿔치기란 애초에 있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황 교수는 12일 회견에서 바꿔치기 의혹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는 "2004년 논문은 미즈메디병원의 박종혁.김선종 연구원이, 2005년 논문은 김 연구원이 매일 서울대에서 30분~1시간씩 줄기세포 배양을 했고 우리 연구원은 보조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도 박.김 연구원에 의해 바꿔치기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황 교수는 "이 줄기세포는 2004년 9월 박종혁 연구원이 'DNA 검사를 했더니 일치했다(진짜 줄기세포라는 뜻)'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또 "바꿔치기는 초기 배양과정에서뿐 아니라 완성된 줄기세포와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로 바꾸었을 가능성까지 포괄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 전에는 줄기세포가 초기 배양 과정에서 바꿔치기됐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 논문 조작=서울대 조사위는 2004년 논문은 체세포 제공자와 줄기세포 DNA가 일치하지 않고 사진도 조작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2005년 논문 역시 제출 시점에 줄기세포가 11개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 2, 3번만 있었고 이것도 수정란 줄기세포로 드러나 논문 조작으로 판정했다.

황 교수는 "조작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2004년 논문의 줄기세포 테라토마 사진을 찍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서울대 의대 모 교수에게 사진을 부탁드린 경우가 있다(이 사진을 논문에 썼다는 의미). 테라토마 사진 한 장이 실제 사진과 다르다고 하면 조작이라고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일부 부풀렸지만 조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가 1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들과 함께 자리한 황 교수는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1번 줄기세포 정체=서울대는 처녀(단성)생식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2004년 논문에서도 체세포 줄기세포는 없다는 결론을 냈다. 황 교수는 "인간 난자에서 추출한 제1 극체를 다시 난자에 주입한다는 것은 기술적 측면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처녀생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를 담당한 이유진 연구원이 인간 난자를 다룰 만큼 숙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의 재격돌=황 교수는 12일 회견에서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처음에 2005년 논문의 교신저자를 원했으나 안된다고 하자 제2 저자를 원했고 그대로 이뤄졌다"며 "2004년 말 노 이사장이 판교 프로젝트(의료단지 조성)를 추진할 때 경기도 측에 설명하는 자리에 동행하자고 했지만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2005년 7월께 노 이사장이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드는 영광을 가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 이사장이 자기를 공격했다는 의미다.

노 이사장은 "논문 제2 저자는 별 게 아니며, 판교 프로젝트는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황 교수를 끌어들이려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soci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