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캠프 억지참여시키면 역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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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생활여건이 많이 나아져 방학을 이용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여가활동이 예전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가족단위의 나들이도 늘어났지만 캠프라는 이름의 단체여가활동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은 과도기여서 부모들은 캠프등의 단체활동에 자녀를 보내도 좋은지 고민하기도 하고 남들 하는대로 따라 하다가 역효과를 보기도 한다. 방학이나 연휴중 아동들의 심신단련을 위한 여가활동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들어 본다.

<집단활동의 필요성>
아직까지도 그룹 생활, 규칙생활에 미숙한 점이 많은 우리나라 청소년층에 단체성과 사회적응력을 기른다는 의미에서 캠프등의 집단 활동은 바람직하다고 서울대의대 홍강의교수 (소아정신과)는 강조한다.
특히 자연과의 접촉기회가 적고 모험심과 독립심이 부족하기 쉬운 생활여건에서 이같은 활동은 필수적이라는 것.
문제는 마음이나 체력면에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무작정 참가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점이다.
홍교수는 평균적으로 국민학교 1, 2학년이 되면 부모로부터 떨어져서 생활해볼 필요가 있는 단계에 도달하고 대부분 어린이 스스로도 그것으로 원하게 되지만 개인차이가 많아 어떤 어린이는 부모와 잠시동안의 격리조차도 불안·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대개 과보호와 성장부진으로 약한 어린이가 해당되는데 이 경우 집단활동을 억지로 시키면 캠프활동에 참가해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각종 두통과 공포감·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심하면 정신질환 증세로까지 발전, 병원을 찾기까지 한다.
준비 덜된 아동들의 집단활동·연세대의대 이혜련교수(정신과)는 『부모의 관찰결과집단활동이 힘들다고 판단될때는 절대 무리해서 보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권하고 있다.
그대신 다른 방법으로도 안전하게 집단활동에 준하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것.
예컨대 부모의 친구 가정이나 같은 또래의 친구 가정간에 하루 이틀씩 상호방문 생활을 시킨다거나 가족·친척간의 합동휴가를 통해서도 단체성과 사회성·규칙생활등을 충분히 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저학년 어린이의 경우 집마당에 텐트를 쳐주고 며칠 생활하도록 배려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처음으로 캠프에 참가시킬때는 형제 또는 가까운 친구들을 함께 보내 참가해서도 불안감을 없애고 단체생활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교수는 새로운 방법이 아니면서도 좋은 방법으로 멀리 떨어진 외가집등의 친척집을 방문시키는 것도 좋다고 추천한다.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게 함으로써 모험심과 독립심·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또 다른 생활양식과 관습을 체험하도록 하면 교육효과는 충분하다는 것.

<집단활동 종류의 개선점과 선택>
캠프라는 이름의 집단활동 단체가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면서 시설과 과정면에서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이교수는 어린층을 대상으로 해야하므로 우선 안전시설을 갖추어야하고 과정이 유치하지 않아야 되며 기합을 주는 등의 군대식 운영이 지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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