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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30개 언어 쓰고 100가지 얼굴 구분 닭, 알고 보니 똑똑하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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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습니다. 2017년은 정유년, 붉은 닭띠 해로 불리죠. 12간지 중 유일하게 조류에 속하는 닭은 예부터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이었어요. 새벽을 알리는 자명종이자 악을 쫓고 복을 불러오는 상징이었죠. 최근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치느님’이 되었고요. 그런데 정작 우리는 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닭다리 맛만 좋으면 됐다고 생각하나요? 소중이 닭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새해맞이 닭과의 가상 청문회를 준비했습니다. 닭의 조상부터 닭에 대한 오해와 진실까지 가상의 닭에게 낱낱이 물었습니다.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공룡이 나온다던데, 해명을 요구합니다.

커버스토리 : 2017 닭의 해

“제 조상이 공룡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닭 유전체(게놈)와 화석 연구에서 밝혀진 결과인데 아직까진 가설일 뿐이에요. 저를 포함해 조류는 2억4800만 년 전 파충류에서 진화했어요. 그래서 고대 대표 파충류인 공룡과 많이 닮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공룡의 주둥이는 새의 부리가 됐고, 피부 비늘은 깃털이, 앞발은 날개로 진화했다고들 해요. 한쪽에선 공룡도 깃털이 있었다고도 말하고요. 공룡과 가장 가까운 닭을 살아있는 공룡이라 부르기도 한대요. 사실 오늘날 우리의 체형은 5000년 전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살던 붉은 야생닭, 적색야계와 가장 닮았어요. 전 세계에서 발견된 닭 뼈 화석을 분석해 밝혀진 사실이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로 봤을 때 닭은 파충류에서 붉은 야생닭으로 그리고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쩌다 인간과 함께 살게 된 건가요.

“우리가 가축이 된 이유는 다양해요. 가장 쉽게 생각하면 달걀과 고기 때문이죠.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특징 덕분에 다른 동물보다 더 쉽게 가축화됐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인간과 가축의 관계를 연구한 스웨덴 연구팀은 ‘닭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 잘 자라고, 알도 컸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닭의 유전자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인도·말레이시아에서는 1만 년 전부터 야생 닭을 가축화했고, 이 닭이 아메리카·유럽·중국으로 건너갔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경우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기록으로 봐서 2000년 전부터 닭을 키웠을 거라 추정하고 있어요.”

―닭도 새 아닙니까. 날개가 있는데 왜 날지 못하나요.

“이런 질문 받을 때마다 난감합니다. 핑계를 대자면 우리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나는 능력을 잃어버렸어요. 야생에서 살 땐 우리도 다른 새들처럼 날 수 있었죠. 그땐 생존이 중요했거든요. 이곳저곳 날아다니며 먹을 것도 찾고, 적이 공격하면 날아가고요. 하지만 사람들의 손에 길러지면서 굳이 날 필요가 없어졌어요. 닭장은 적으로부터 보호받는 울타리가 됐고, 끼니마다 먹이를 공급받으니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어졌죠. 날개를 사용하지 않아 점점 그 크기가 몸에 비해 작아졌고, 근육도 약해졌어요. 날지 않는 어미 닭을 본 병아리들은 그 모습을 기억해 닭이 되어도 날지 않았고요. 하지만 지금도 급할 땐 날아요. 낮게 날긴 하지만…. 그러니 너무 무시하지는 말아주세요.”

(좌) 백색 오계 :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기념물에 등재된 닭이다. 1925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지정됐다가 해방 이후 1962년 천연기념물 제135호로 재지정됐다. 하지만 1981년 질병으로 멸종되며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백색 깃털은 비단실처럼 부드럽고, 발가락과 다리에도 털을 지녔다.  (중앙) 연산 오계 : 1980년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지정됐다. 몸매는 둥글고, 미끈하며 암수 모두 흑색이다. 피부·뼈·다리 모두 검은색을 띄어 오계(烏鷄)라 불린다. 신경질적인 성격에 환경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우) 긴꼬리닭 : 꼬리 길이가 1m가 넘는 닭으로 우리나라에 존재했다는 설만 있었는데 고구려 5~6세기 무용총 천장 벽화에서 적갈색계 긴꼬리닭이 확인됐다. 2007년 일산에서 긴꼬리닭과 비슷한 체형이 발견된 바 있다.

(좌) 백색 오계 :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기념물에 등재된 닭이다. 1925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지정됐다가 해방 이후 1962년 천연기념물 제135호로 재지정됐다. 하지만 1981년 질병으로 멸종되며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백색 깃털은 비단실처럼 부드럽고, 발가락과 다리에도 털을 지녔다.

(중앙) 연산 오계 : 1980년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지정됐다. 몸매는 둥글고, 미끈하며 암수 모두 흑색이다. 피부·뼈·다리 모두 검은색을 띄어 오계(烏鷄)라 불린다. 신경질적인 성격에 환경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우) 긴꼬리닭 : 꼬리 길이가 1m가 넘는 닭으로 우리나라에 존재했다는 설만 있었는데 고구려 5~6세기 무용총 천장 벽화에서 적갈색계 긴꼬리닭이 확인됐다. 2007년 일산에서 긴꼬리닭과 비슷한 체형이 발견된 바 있다.

―왜 새벽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시끄럽게 웁니까.

“사람의 눈에 새벽 4~5시는 깜깜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저 멀리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초능력은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 그저 빛에 민감할 뿐이죠. 이 능력은 감각신호를 담당하는 간뇌 위쪽에 자리한 ‘송과체’라는 기관 때문에 생겼어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기관인데, 피부를 통해 빛을 직접 감지하죠. 그래서 눈으로 빛을 보지 않아도 뇌가 먼저 알아채고, 잠에서 깨라는 신호를 내보내는 거예요. 사실 이런 능력은 닭뿐만 아니라 까마귀 등 다른 조류에게도 있습니다. 유독 아침에 새 우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이유죠. 우리는 사람 가까이 살고, 울음소리가 커서 그 특징이 도드라졌던 거고요.”

―닭장 안에 항상 무리 지어 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맞아요. 자세히 보셨네요. 우리 닭들은 군집 생활을 합니다.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가족 구성원이 조금 특이해요. 한 마리의 수탉이 여러 마리의 암탉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죠. 조선시대 같죠? 그런데 이건 본능이라 어쩔 수가 없어요. 닭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자손에 대한 욕심이 커요. 번식력이 대단하죠. 그래서 수탉들은 암탉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칩니다. 중요한 건 서열이에요. 한번 서열이 결정되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상위 서열에 들어야 하죠. 상위 서열은 사료와 물은 물론이고, 암탉도 먼저 차지할 수 있어요. 횃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걸핏하면 싸우는 겁니까.

“네, 물론입니다. 경쟁은 알에서 깨어나고 3일째부터 시작돼요. 살벌하죠? 동지이자 적의 얼굴을 기억해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10일째가 되면 서로 누가 누군지 알아보며 경쟁자 얼굴을 익히고, 서로를 공격하며 힘의 우열을 가려요. 수평아리는 49일째에, 암평아리는 63일째쯤 권력 서열이 결정되죠. 이렇게 형성된 서열을 인간들은 쪼기 서열이라 불러요. 위계 순서대로 쪼고, 쪼이는 행동인데 가장 높은 서열이 낮은 서열의 닭을 쪼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거죠. 이렇게 쪼기 서열이 형성되고 나면 주로 머리와 볏으로 서로를 구별하고, 머리를 상하로 움직이며 자신의 영역을 유지해요. 만약 낮은 서열이 높은 서열 영역에 들어와서 복종하지 않으면 바로 공격이 시작됩니다. 닭의 세계는 치열한 전쟁터나 다름없어요.”

수탉은 권력을 잡기 위해 본능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이를 이용한 투계(닭싸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 나라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다.

수탉은 권력을 잡기 위해 본능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이를 이용한 투계(닭싸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 나라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다.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닭 대가리’에 빗대곤 합니다만.

“정말 억울합니다.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도 대화가 가능할 만큼 똑똑하다고요. 사용하는 언어만 해도 24~30개나 됩니다.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 즉 울음소리가 다른데 동료 닭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려줄 때부터 이성을 유혹할 때, 또 외부 위협으로 인해 위험을 감지했을 때 등 소리의 크기, 높낮이에 차이가 있어요. 또 우리도 감정과 공감능력이 있어요. 병아리들이 위험에 처하면 암탉은 마치 자신이 고통받는 듯 반응해요. 사람의 모성애와 같죠. 최근 한 연구에서는 우리가 100가지 이상의 얼굴을 기억하고, 구분할 수 있고, 복잡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결과도 발표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무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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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권리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요.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로 동료들이 무더기로 목숨을 잃는 걸 보니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좁은 닭장 안에 가둬 햇볕도 차단한 채 키웠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요. 우리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었는데, 이렇게 소홀히 대접하다니 실망이 큽니다. 그래도 인간과 함께한 역사를 무시할 순 없겠죠. 다만 닭은 늘 인간을 위해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달걀과 고기를 공급한 건 물론이고, 미래의 길흉까지 점쳤으니까요. 닭도 하나의 생명임을 깨닫고 존중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닭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기다립니다. 꼬끼오~.”글=이민정 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주)현축·중앙포토, 참고자료=『닭의 세계』 『닭의 백과』 『세계의 닭』

도움말=강보석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가금연구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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