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통신 3强' 도약 꿈 흔들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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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강력히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LG는 5일 하나로통신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의 안이 좌절되자 새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데이콤 등 LG 계열 통신사들의 경영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LG그룹=LG 측은 "유상증자가 완전히 좌절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시간을 갖고 새 유상증자안을 내놓는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한 것은 없다"고 했다.

LG 측은 새 증자안으로 주당 2천5백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주총 통과 실패가 '지나치게 싼 값'이라는 주주들의 반발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LG 측은 정홍식 통신사업총괄 사장이 지난달 31일 "유상증자에 실패하면 그룹에 통신사업 철수를 건의하고, 나 자신도 물러나겠다"고 했던 데 대해 "유상증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일 뿐이며 아직 새로운 방안으로 유상증자할 여지가 있어 철수 건의나 퇴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로통신=유상증자 대금으로 빚을 갚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나로통신이 올해 갚아야 할 빚은 3천9백억원. 현재 조성된 현금성 자산은 2천억원 정도다.

당분간 신규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돌아오는 부채를 갚는 데 여유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다. 하나로통신은 올 상반기에 1백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자 부담(7백12억원)이 커 당기순손실(6백74억원)을 냈다.

◆데이콤.두루넷 등=LG는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을 전제로 1조원 규모의 외자 유치를 추진했으며, 이를 데이콤 등의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불투명해졌다. 하나로통신과의 경쟁을 피하는 방법으로 사업구조를 개편, 마케팅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얻기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법정관리 중인 두루넷의 매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두루넷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등 두 회사뿐인데, 이번 유상증자안 부결로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권혁주.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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