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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자리로 돌아가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29」선언으로 대학가의 데모가 수그러들자 지방에서 지원왔던 전경들이 웃는 얼굴로 짐을 챙기고 있는 신문사진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이 한장의 사진이 말해주듯 6·29선언은 확실히 이 시대의 고민과 대립과 반목을 한꺼번에 풀어주었다해서 과언이 아니다.
시가전을 방불케 했던 투석과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던 거리의 공방전도 오랜만에 평온을 찾았고 대학가 시국집회도 취소와 연기가 잇따라 자제하는 모습이 역연했다.
이처럼 하루 아침에 급변한 현상에서 그동안의 갈등과 혼란과 대결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다시금 확인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국민의 뜻에 따라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기만 하면 그만인 것을 공연히 원수나 된것처럼 치고 받고 잡아들이고 지루한 소모전으로 일관했다.
이제 시위진압에 동원됐던 경찰뿐 아니라 시국사건에 매달렸던 검찰과 문교부등 시국관련 부처들이 본연의 업무에 돌아가 제자리를 찾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교부는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교육정책 개발과 각급학교 지원에 역점을 두고 교육자율화에 주력하는 행정태세를 갖추고 있다.
「공권력의 일방 통행」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검찰도 사회비리사범 척결등에 검찰력을 집중할 태세다.
경찰 또한 전국 경찰에 내렸던 갑호비상근무령을 해제하고 전경들 을지·파출소에 배치, 강·절도, 폭력배등 5대 사회악 소탕에 주력키로했다.
사실 그동안 치안은 있는지 없는지 말이 아니었다. 데모가 한창일때는 경찰서를 지키는 사람은 방법대원 몇명일 때도 있었다.
고소사건은 점수만 해놓고 수사에 착수조차 못했고 사기, 횡령을 비롯한 각종 사회비리와 부정은 아예 손 쓸 여력도 없었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강력범죄와 정작 척결돼야할 반사회적 범죄가 시국 치안에 밀려 때를 만났다는듯 활개쳤다.
이는 두말할것도 없이 경찰법력의 대부분이 시국사건에 지나치게 편중되었던 탓이다. 병력만 대거 투입된게 아니고 경찰수뇌를 포함해 경찰의 모든 중추신경이「시국」쪽에만 관심이 쓸려 있었다. 살인과 강도범을 추적해야할 베테랑 수사관들 마저 시국사법 쫓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찰 고유의 직무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및 재산의 보호이고 이를 위해 범죄를 예방, 진압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시위진압도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생명및 재산보호와 유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경찰 직무의 전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모든 병력과 신경이 시위진압에 쏠리다보니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범죄앞에 무방비로 노출, 밤낮으로 위협을 받았고 반사회적 범죄까지 무풍지대에서 창궐했다.
경찰은 뒤늦게 민생치안에 주력키로 하고 경찰병력을 일선에 배치했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못하다.
「사회 각 부문의 자치와 자율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여당대표의 성명도 있었거니와 관공서는 물론 대학을 포함한 사회 모든 부문이 자치와 자율로 제자리를 찾아 생기가 넘쳐 흐르고 약동과 발전이 지속되도록 다같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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