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중앙일보 어젠다 리셋 코리아
어둠 속에 2016년 원숭이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제조업 공장의 불빛은 하나 둘 꺼져가고 있습니다. 계란 한 판에도 벌벌 떨어야 하는 서민의 삶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나라 밖에선 보호주의와 패권주의 격랑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소추로 국정은 진공 상태가 됐습니다. 1987년 우리는 권위주의 독재시대를 종식시켰습니다. 그러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만개하지 못했습니다. 개발연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국민은 5년에 한 번 대통령을 뽑고 나면 모든 걸 국가에 맡겨버렸습니다. 국가는 이끌고 국민은 따라야 했던 국가주의 환상을 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세월호에 갇힌 어린 생명들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부터 국민을 지키지도 못했습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했고, 면접장을 전전하는 구직 청년의 가슴에 ‘흙수저’란 못만 박았습니다. 코앞에 닥친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국정은 비선 실세에 의해 농락당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는 이런 국가주의 앙시앵 레짐(구체제)을 거부하는 시민의 심판입니다. 시민은 촛불 광장에서 비로소 주인으로 깨어났습니다. 800만 개의 촛불이 켜졌지만 시민정신은 광장을 비폭력의 평화와 축제의 마당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러나 광장의 열기만으로는 국가를 개조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지성이 나서야 합니다. 2017년 중앙일보는 시민과 지성이 만나는 열린 광장이 되겠습니다. 디지털 공간을 통해 시민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시민의 명령을 받들어 최고의 지성인 그룹과 함께 손에 잡히는 대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이를 시민들에게 되물어 해법을 이끌어내는 디지털크러시(Digitalcracy)를 통해 솔루션 미디어(Solution media)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공정 사회, 양극화 해소,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 남북 평화구조 정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여러분과 함께 해결하고자 합니다.
2017년은 붉은 닭의 해입니다. 새벽 정적을 깨는 닭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어둠을 밀어내고 세상을 밝혀줄 빛의 출현을 예고합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주역이 되어 대한민국을 ‘리셋(reset)’하는 2017년, 중앙일보·JTBC가 앞장서겠습니다.
중앙일보·JTBC 기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