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동산 매물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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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은행권의 합병과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부동산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은행권이 팔려고 하는 보유부동산은 3조원어치가 넘을 정도여서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점 점포용, 소규모 업무용 빌딩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대도시 중심권이거나 목 좋은 곳이어서 부동산개발업계와 외국투자회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떤 부동산이 나오나=조흥은행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연수원 터를 3백80억원에 동양고속건설의 자회사인 성보실업에 팔았다. 강남권 1천2백평의 금싸라기 땅이어서 많은 건설.개발업체들이 탐을 내던 곳.

성보실업은 이곳에 오피스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부동산업계는 7일 입찰하는 하나은행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연수원(3천1백여평) 터에 많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은행 본점빌딩과 주요 지점 및 부속건물도 덩치가 큰 편이어서 관심이 많다. 하나은행은 서울 남대문로 옛 서울은행 본점빌딩(연건평 1만1천평)과 서울 삼성동 고객센터(5천1백50평), 을지로 별관(4천13평), 분당 전산센터(2천8백60평)등의 알짜 물건도 매각대상에 포함했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 합치면서 중복 점포 등 89건의 부동산 물건(5천6백60억원어치)을 팔기 위해 최근 프라크리트와 GE리얼에스테이트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외환은행도 1백8건의 부동산 물건을 처분키로 했다. 대상 부동산은 땅 2만7천3백평에 연건평 6만7천여평이다. 서울 서소문지점 빌딩(건평 2천3백85평)을 포함한 소규모 지점 물건이 대부분이다.

신한은행과 합병키로 한 조흥은행은 30여건의 부동산 물건을 팔 계획인데 남대문로 본점과 역삼동의 강남별관, 중구 삼각동의 백년관 등 수천억원어치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전망한다.국민은행은 2조원대의 보유 부동산 매각을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외국 투자회사들이 눈독=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쪽은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들이다.

국내 부동산개발업체들은 "경기가 나빠 투자여력이 떨어지는 판에 은행 매물이 대거 나옴으로써 시장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수는 많지만 눈독을 들일 만큼 상품가치가 큰 물건은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외국계 투자회사 M사 관계자는 "이제 서울 등 대도시에 마땅한 부동산 물건이 없는 형편에 은행 물건은 규모가 작지만 이용가치가 큰 매물이 많아 관심을 갖고 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외국 부동산 투자회사인 B사 임원은 "은행의 큰 물건을 잡기 위해서는 작은 물건도 끼워서 살 수밖에 없다"며 "일괄매입한 뒤 큰 물건은 임대.개발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소규모 부동산은 개인들을 대상으로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영에셋 김상태 상무는 "금융권 매물이 하반기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동산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규모가 큰 물건 외에는 쓸모가 적어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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