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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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느 부문이든지 프로급의 아마추어가 있게 마련이듯이 깜짝 놀랄만한 독자의 시조를 대함은 선자의 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제비』. 이 작자의 작품을 오랫동안 보아 오지만 실패작이 없다. 정서와 감성의 조화적 표현은 현대시조가 추구하는 방향이며 의미의 2중적 구조 또한 생각의 깊이를 헤아리게 한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어조의 통일성을 염두에 둘것 이다. 하여, 종장 종결 어미를 고쳤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행복』은 조용하고 편안한 정경의 표현이다. 행복이란 누구나 바라는 바이며 이를 위하여 많은 노력들을 한다. 그러나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의 관념이 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나 어떤 성취나 성공이 곧 행복이 아니라면 그것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내적 만족, 즉 자족감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이 시조는 보여 주고있다.
『비 개인 후』는 시제와 같이 비가 갠 뒤의 맑고 투명함이 소녀의 청징한 가슴처럼 펼쳐져 있다. 우리는 흔히시(시조)를 대할 때 어떤 감상성을 기대(?) 하기도 한다. 이것은 1920년대의 시를 많이 배우는 동안 생긴 버릇이 아닐까 하며, 이처럼 밝고 맑은 시정도 귀한 것임을 느끼게 한다.
『매듭풀기』는 체험적 제재를 취한만큼 실감으로 전달되는 작품이라 하겠다.

<김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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