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과 비판… 6시간 10분 민정 마라톤 의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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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요일인 21일의 민정당 의원총회는 6시간10분간이 걸려,81년 창당이래 최장 회시간을 기록하면서 자성과 비판속에 고심찬 수습방안들을 제시했다.
가락동 당 중앙정치연수원에서 상오9시30분부터 시작된 회의는 10시까지 이춘구사무총잠의 당무보고·이한동총무의 원내보고가 끝난뒤 지역구(10개 시.도) 와 전국구 (3개소)를 13개 그룹으로 나눠 예비토의를 벌이고 그결과를 갖고 다시 의원총회를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소속의원및 원외 지구당위원강 1백51명중 이재형국회의장과 고건내무장관·와병중인 이병직의원·해외출장중인 김재호·한량순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참석.
예비토의는 전례없는 일로 모든 의원들이 발언할수 있도록 하기 의한 것인데 전체회의에 앞서 한번 거른다는 측면도 고려한 것이라는후문.
당초 이날 회의는 미리 시간을 정해 1시4O분쯤 끝내려고 계획했으나 의원들이 반발.
박재홍부총무가 의사진행 시간표를 설명하자 배성동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시간을 정하지 말고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자』고 이의를 달면서 논란.
이에 앞좌석에 있던 서정화의원이 『하오3시에 총장·총무회담이 있다』고 간접적으로 제동을 건데 대해 이용훈의원이 『무슨 소리냐. 총장·총무없이는 회의를 못하느냐』고 큰소리로 핀잔을 주자 서의원이 얼굴을 붉히면서 이의원을 향해 『당신한테 한 얘기가 아니다』 고 되받아 분위기가 험악.
이때 많은 의원들이 『시간제한없이 얘기하자』 박수를 치며 맞장구를 치자 이총무가 나서 『제한없이 토론하자』고 서둘러 진화.
○…예비토의에서는 한사람씩 돌아가며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는데 비상한 상황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비상한 조치가 아닌 정치력에 의한 수습』을 한결같이 강조.
일부 의원들은 『오늘 거론된 얘기를 위에 전달할수 있느냐』 『미리 짜여진 수습안을 발표하기 앞서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니냐』고 묻고 당직자들로부터 이에대한 설명을 들은뒤 토론에 들어가기도.
예비토의에서는『국민에게 묻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투표실시 주장이 압도적이었으며 이날 회의를 계기로 당내 금기사항이었던 대통령직선제가 소수이긴 하지만 공식등장했고 직선제론자들이 설땅을 마련했다는 평가.
전남의원 예비토의에서는『노대표는 김영삼총재와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도동자택까지 찾아가 수습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집까지 찾아가면 굴복하는 인상을 주는게 아니냐』는 반론이 나와 격론을 벌이기도 했는데 결국 『시간·장소에 구애되지 말고 만나야 한다』는 쪽으로 귀착. 또 일부에서는 노대표가『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이 국민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며『정식으로 대통령후보를 용퇴할수있다는 용의를 천명해야한다』는 견해도등장.
이와함께 지엽말단적인 문제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김대중씨 가택연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양정직민주당 부총재 구속을 재고해야한다』 며 유연성을 발휘할것을 촉구.
또 통일 민주당 측이 약칭을 민주당으로 불러달라고 하는데 『무슨 이유로 통민당이라고 고집하는지 모르겠다』『집권당이 이렇게 속이 좁아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는 개탄의 소리도.
○…이날 예비토론 모임에서 당의 체질개선과 당내민주화가 강력히 제기돼 당내 최대 현안의 하나로 등장.
모든 예비토론 모임에서는 당의사결정이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며 신뢰회복의 길은 당내 풍토개선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중론.
또 4.13조치결정 과정에대해 『언제 우리한테 한번 제대로 물어나 봤느냐』고 성토하고 『당의 언로가 꽉 막혀있다』 『우리얘기를 듣기는 커녕 딴소리한다고 주의를 준다』고 비난하고는 정치적 결단이라는 충격요법은 없어져야한다고 강조.
특히 일부 예비토론 모임에서는 핵심 당직자들을 겨냥,『당의 포장은 새롭게 해야한다는『강한 이미지로는 안된다』는 얘기도 나와 당직개편을 간접적으로 촉구.
이날 회의에서 평소 강경파로 알려러진 의원들은 발언을 자제했다는 후문.
○…예비토론이 끝난뒤 2차 전체회의는 각조별 토의결과를 들었는데 이춘구사무총장은 보충발언을 준비한것으로 알려진 이용훈의원과 별도로 만나 자제를 요청했다는 후문.
보충 토의시간에는 발언신청이 속출할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홍성우의원이 유일하게 발언.
홍의원은 『군의 정치개입과 간선제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국민들은 직선제를 요구하고있다』며 『나의 발언은 흔히 말하는 인기작전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의원직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며 비상한 각오를 토로.
홍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는데 잠시 정적속에 미묘한 분위기가 계속됐다는것.
회의장을 떠나면서 의원들은 『오늘이야말로 민정당하는기분이 난다』 『속이 후련하다』 며 시작할때와 달리 가벼운 표정.
그러나 일부에선 『아직 정신을 덜 차린 구석이 있다』 『어느정도 의견이 반영될지 궁금하다』며 걱정.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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