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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두께·양 감지해 조리시간 조절하는 쿠커 나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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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면

자료: 해리스폴

전통적으로 집으로 대표되는 주거공간은 가족이 함께 모여서 지내는 장소이자, 직장과 학교 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적 안정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공간이었다. 도시화 및 경제 성장과 함께 소득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주거 공간의 역할과 기능도 계속해서 변화했다. 이에 따라 일상으로부터의 자유를 주기 위한 가사 노동의 아웃소싱과 새롭게 보급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하우징(이하 스마트홈)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자료: 스태티스타디지털마켓아웃룩

하지만, 육아·학습·청소·세탁·조리 등의 가사 노동은 다양한 가전제품을 활용하거나 외부에 맡기는 식으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져온 반면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사업은 장미빛 전망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시행 착오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현재 및 미래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주거 공간에는 엔터테인먼트, 자동화, 보안, 에너지 관리 분야의 전문 솔루션과 기능이 급속도로 침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실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설비와 주방을 중심으로 가사 노동을 대체할 설비가 다수 설치된다는 것이다. 관련 시장 규모도 2015년 575억 달러에서 2019년 1115억 달러로 성장(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어낼리틱스, 2015년)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조원 규모던 국내 시장도 2019년까지 연평균 20% 성장(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개인 주택 많은 미국, 보안 기술에 관심미국은 한국과 달리 개인 주택이 주거 형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범죄율이 높고 공공요금도 비싼 편이다. 이로 인해 보안 시스템, 에너지 절감 솔루션, 가정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크고, 구글·애플 등 첨단 기술 기업이 스마트홈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소비자 16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홈 솔루션 구입 이유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90%(복수 응답)가 스마트홈 솔루션 구매 이유로 ‘가정 보안’을 꼽았다(아이컨트롤네트웍스, 2016). 고화질 보안 카메라, 직접 설치 가능한 보안 솔루션, 실시간 보안 업데이트 등 편리한 보안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에너지관리 장치 설치를 통한 비용 절감’이란 응답은 70% 였다.


그렇지만, 아직 일반 미국 소비자들의 64%는 스마트홈 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해리스폴, 2015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홈 제품으로는 무선 스피커가 17%로 1위이고, 그 다음은 스마트 온도계(11%), 보안 및 모니터링 시스템(9%), 청소기·잔디깎기 등 가정용 로봇(8%), 스마트 조명(6%) 등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통신사업자인 AT&T는 2013년 4월 보안 모니터링, 홈 콘트롤 기능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라이프’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가정 내 설치된 보안 카메라, 온도 조절기, 도어 잠금장치 등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초기 설치비 250달러, 월 이용료는 40달러다. AT&T는 출시 당시 관련 기기를 모두 통제·관리하는 전략을 취했으나, 지난해부터 삼성·퀄컴·LG 등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LG전자 스마트TV 등 다양한 단말을 확보하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서유럽 30여개 업체 ‘퀴비콘’ 공동 설립스마트TV와 홈시어터 등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진화한 거실에 이어 주방이 스마트홈 관련 제품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센서를 통한 모니터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핵심 경향이 될 전망이다. 벤처기업 멜드(Meld)는 기존 가스·전기 스토브의 불조절 손잡이를 대신할 스마트 손잡이를 최근 선보였다.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 종류나 요리법을 지정하면 그에 따라 자동으로 화력을 조절해 준다. 또다른 벤처기업 신더(Cinder)는 센서로 재료의 두께와 양을 감지해 온도와 조리 시간을 조절하는 쿠커를 내놓았다. 스마트홈 관련 기기는 자동차로 확대되고 있다. AT&T는 지난해에 커넥티드 카 플랫폼 ‘AT&T 드라이브’를 발표했다. 운전자는 차량에 설치된 앱이나 음성 명령을 통해 가정의 냉난방기·출입문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서유럽의 경우 스마트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67%(오범, 2016년)로 보안 분야(50%)보다 높았다. 유럽의 통신사업자인 DT는 2011년 전력회사 EnBW, 에너지 전문업체 E.ON, 가전업체 밀레 등과 함께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업체 ‘퀴비콘(Qivicon)’을 만들었다. 오픈형 플랫폼 구축을 통해 어느 가전업체 제품인지에 관계없이 다양한 제품을 서로 연계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퀴비콘에는 전력·헬스케어·가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30여개 이상의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가전업체 밀레는 퀴비콘 기술을 활용한 앱을 통해 드럼세탁기·의류 건조기·식기세척기 등의 상태 확인 및 원격 제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홈 산업은 각국 정부와 업계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표준화 문제, 솔루션 구축 및 유지 비용, 킬러 서비스 부족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정체 상태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과 IoT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제반 조건이 갖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의 통신 사업자들은 전기·수도 등 유틸리티 업체, 가전 및 정보기술(IT) 기업과 협력을 통해 스마트홈 사업의 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둘 경우 스마트홈은 스마트폰과 데이터 네트워크를 이용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IoT 단말로 연결된 가정 내 네트워크는 보안과 에너지 관리 기능을 넘어서 부엌·거실 설비의 자동화와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소비 환경을 구축하게 될 것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을 가진 집사가 관리하고, 영화관·병원·카페·피트니스센터 등의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변모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통신이나 가전 사업자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업 경영자들이 스마트홈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참여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관건은 사업자들이 ‘미래의 소비자들은 어떤 집을 원하는가’라고 자문해 아이폰과 같은 구체적 솔루션을 내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김광진 수석연구원KT 경제경영연구소 Biz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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