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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지열·풍력 활용 빌딩 에너지 사용량 절반 충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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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4 면

에너지 관리 알아서 척척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그 뒤편에 부메랑처럼 생긴 연면적 2470㎡의 4층짜리 건물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2시가 되자 건물 바깥에 설치돼 있던 차양막 구조의 루버(louver)가 움직여 실내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차단한다. 모든 시스템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에너지를 관리한다. 에너지를 스스로 관리하는 스마트빌딩이 완벽하게 적용된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GSIC)’다.

GSIC는 최첨단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건물로 불린다. 건물이 알아서 에너지를 생산·저장하고 적재적소에 소비하는 첨단 그린빌딩이다. 건물 내에서 이뤄지는 에너지 소비 패턴을 인식·분석해 효율을 극대화한다. 자연히 탄소배출량과 건물 운영관리비도 줄어든다.

땡볕 내리쬐면 차양막
GSIC는 제로에너지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 손실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기존 그린빌딩에 설치된 고단열·고효율 단열재와 창호는 기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건물 외관의 루버는 일사량과 실내 부분별 조도를 분석한 데이터를 근거로 작동한다. 쾌적한 재실 조건을 유지하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사무실 내에는 일반적인 공조시스템과 달리 바닥 공조시스템까지 더했다. 공기 특성상 바닥 공조시스템이 더해지면 냉난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필요한 전력의 일부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체 생산한다.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시설과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돼 전력을 만들어낸다. 땅속에는 지열히트펌프가 구동하면서 에너지를 모은다. 풍력발전기도 에너지 공급 수단의 하나다. 빗물이 가진 열에서조차 전력을 뽑아낸다. 이렇게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은 하루 평균 557㎾h, 최대 1448㎾h에 달한다.
생산된 에너지는 저장장치(ESS)에 담긴다. 전력 소비가 줄고 비용이 저렴한 야간 시간대의 전력도 이곳에 저장된다. 에너지는 바로 소비되지 않는다. 사용량이 급증하고 전기 요금이 가장 비싼 시간대에 활용된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 자동으로 제어한다. 현황은 3층에 있는 통합운영실의 대형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자동차 대시보드 모양을 띤 두 개의 계기판 한쪽에서는 전기에너지 생산·소비 현황을, 다른 한쪽에서는 열에너지의 생산·소비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피크 시간대에 소비되는 전력량의 절반 이상은 자체 생산·저장했던 전력으로 충당한다.

에너지 하루 평균 557㎾h 생산
GSIC에 적용된 BEMS는 기존의 방식에서 진일보한 개념이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인공신경망이 적용됐다. 다음 날 혹은 가까운 미래의 건물 상태와 에너지 생산·소비량을 미리 예측한다. 실제로 소비되는 전력량은 이 시스템이 예측한 소비량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연구개발본부 김형래 부장은 “기존에도 IT업체 등에서 개발한 BEMS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에너지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디스플레이해 주는 데 그쳤다”며 “GSIC에 적용된 것은 건설사가 자체 개발한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자동으로 절감할 수 있는 하이 레벨의 BEMS를 구현한 것이다.

건물 자체가 거대한 시뮬레이터
GSIC는 단순히 첨단 기술을 적용한 건물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관리시스템이 에너지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축적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사용한다. 복수의 신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에너지 최적화를 구현하는지 검증한다. 건물 자체가 거대한 시뮬레이터인 셈이다.
주거 환경을 실증하는 시스템은 4층에 별도로 마련돼 있다. 실제 아파트 85㎡형 두 세대를 똑같이 구현했다. 한 세대는 에너지 100% 절감, 다른 세대는 70% 절감형이다. 절감 목표에 따른 비용을 비교 분석해 최적의 설계 모델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주거하는 아파트를 그대로 재현했지만 이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없다. 커다란 박스형의 서멀 마네킹(thermal manikin·발한 온열 마네킹)이 사람을 대신한다. 실내 곳곳에 비치된 서멀 마네킹이 사람이 있을 때와 똑같은 온도와 습도 환경을 만든다. 생활패턴에 맞게 일정시간에 TV·보일러·에어컨·가스레인지 등 가전용품을 켜고 끈다. 요리를 하는 환경에서는 주방의 서멀 마네킹(이 작동하고, 가스레인지를 켜는 식이다. 실내온도·습도·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모든 요소는 실시간으로 그래프에 표시된다.
환기시스템도 주기적으로 작동한다. 대신 열회수형 환기시스템을 적용해 환기 시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인다. 주택용 에너지관리시스템과 연동돼 실내·외 환경 변화를 자동으로 인식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회수하는 환기시스템이다. 욕실에는 급탕설비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 온수가 즉시 공급되고, 설정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특히 공기 중 유해물질 흡착 성능을 인정받은 친환경 벽지를 사용해 새집증후군이 발생할 위험도 없앴다.
연구개발본부 그린도시연구팀 이정철 차장은 “무인주거연구실에서는 제로에너지주택 기술과 친환경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며 “이제는 일반 아파트에 적용할 정도로 실용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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