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함 항모 전대 서태평양 첫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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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사진) 항모 전대가 사상 처음으로 제1도련(島?·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을 뚫고 서태평양 훈련에 나섰다. 랴오닝함 전대는 지난 15일 보하이(勃海) 해역에서 대규모 실탄 훈련을 펼친데 이어 23일에는 한국과 인접한 서해 훈련을 시행했다. 대중 강경 자세를 보이는 트럼프 진영에 대한 경고성 무력 시위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보란 듯 원양서 무력 시위
출격 대기 젠-15기 13대 등 공개
대만에 대한 억제력 과시 분석

중국중앙방송(CC-TV)은 24일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을 통해 서해 해상에서 펼쳐진 항모 편대의 훈련을 보도했다. 젠(殲)-15 함재기 13대와 헬기가 동시에 출격을 위해 갑판에 전개된 모습도 처음 공개했다. 지난 15일에는 랴오닝함에 장착된 방공포 발사 장면과 젠-15기가 잉지(鷹擊)-83K 대함 미사일으로 표적함을 격파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디펜스위클리(JDW)는 “랴오닝함 항모 전대가 초보적인 작전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량양(梁陽) 중국 해군대변인은 24일 “랴오닝함 전대가 24일 첫 원양 훈련을 위해 서태평양 해역으로 향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전략 전폭기 훙(轟)-6K 편대의 대만 순회 비행에 이어 대만과 오키나와 사이의 미야코(宮古)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대만·필리핀 사이의 바스 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로 항해할 가능성이 크다. 량 대변인은 “이번 훈련은 연간 훈련 계획에 근거해 조직·실시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랴오닝함이 사상 처음으로 제1도련을 지나 실전 훈련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다.

우선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 방위성의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부)는 25일 ‘중국 해군함정 동향’ 보도자료를 통해 랴오닝함 항모 전대가 서태평양을 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방위성은 “24일 오후 4시경 해상자위대 제12 호위대 소속 도네(吳)함이 동중국해 중부 해역에서 중국 해군 쿠즈네초프급 항모 랴오닝함 1척, 052C급 미사일 구축함인 정저우(鄭州)함·하이커우(海口)함, 052D급 미사일 구축함인 창사(長沙)함, 054A급 미사일 호위함 옌타이(烟臺)함·린이(臨沂)함, 056급 호위함 주저우(株洲)함, 903A급 종합보급함 가오유후(高郵湖)함 등 총 8척을 확인했다”며 “해상자위대가 쿠즈네초프급 항모를 처음 확인했다”며 과거 촬영했던 개별 함정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2013년 랴오닝함의 남중국해 훈련 당시에도 군함 8척과 핵항모 2척으로 편제를 이뤄 항해했다.

CC-TV는 23일 우성리(吳勝利) 해군사령관이 항모 갑판에서 직접 훈련을 지도하는 장면도 보도했다. 해군사령관이 함정에 직접 승선에 훈련을 지도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올 최대 규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랴오닝함은 이번 훈련을 통해 대만에 대한 억제력을 과시했다.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젠-15기는 잉지-83K와 피리(霹靂)-8 미사일 2~4기를 탑재한다. 실전에서 6~8대의 젠-15기가 동시 출격할 경우 사거리 1200㎞의 잉지-83K의 최대 32발 발사가 가능하다. 3000t급 호위함을 무력화시키고 5000t급 구축함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전투력이다.

중국의 항모 전문가인 리제(李杰)는 “랴오닝함의 남중국해 훈련은 중국이 남중국해 도서에 대한 주권과 해양 권익을 침범받지 않고 수호할 능력과 결심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련

‘섬들로 이어진 사슬’을 뜻한다. 1951년 미 국무장관 존 덜레스가 창안한 공산권 봉쇄 해양 라인 ‘Island Chain’을 중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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