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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개혁, 세게 가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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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23일 창당준비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23일 창당준비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새누리당 비박계 탈당파가 보수신당의 당명에 ‘개혁’을 넣었다. 이들은 내년 1월 20일까지 디지털·원내중심정당으로 창당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또 27일 집단 탈당계를 내고 곧바로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해 원내대표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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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23일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준비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정강정책에서 안보는 정통 보수를 견지하되 민생·경제·교육·복지·노동 등은 새누리당보다 훨씬 개혁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 외에도 교육·복지·노동 등에 보다 세게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비박 ‘개혁보수신당’ 준비위 열어
일부 의원들, 신당 좌클릭에 반발
유승민 “반기문 검증받아야” 입장
김무성 “친박·친문 빼곤 손 잡자”

유 의원은 지난 9월 30일 서울대 특강 등에서 “중견·중소기업의 좋은 아이디어를 재벌이 쏙 가져가는 구조를 두고 혁신 성장을 할 수는 없다”며 출자총액제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집단소송제 도입, 법인세 인상 등 진보적인 정책을 제시했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은 ‘개혁 보수’를 내세우지만 당의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며 “개혁 보수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은 강령과 정책을 정하는 데 집중하고 같이하는 의원들이 함께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 의원은 “친박·친문 패권세력 외에 누구와도 손잡겠다”는 김무성 의원의 구상에 부정적이다. 그래서 신당의 축인 두 사람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놓고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유 의원은 반 총장도 검증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기본적으로 신당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완전한 민주 정당으로 빅텐트를 쳐서 누구든지 들어와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이 정강정책에서 ‘좌클릭’을 시도하는 데 대해 신당파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재선 의원은 “경제민주화나 복지 담론을 좀 더 가져간다는 건 동의하지만 경제정책 전반을 ‘좌클릭’하는 게 보수의 정체성에 맞느냐”며 “유승민 혼자 정강정책을 만드느냐”고 반발했다.

27일 탈당계 제출을 놓고 일부 의원이 동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부산·경남(PK) 지역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주말 지역구 여론조사를 해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신당 참여에 반대가 더 많다면 탈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당 준비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은 “구당 쪽에서 전방위로 탈당을 만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벌써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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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윤리위원장 시절 ‘저승사자’로 불린 인명진(70) 갈릴리교회 원로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해 신당 창당에 맞불을 놨다. 인 내정자는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사태에 이르기까지 새누리당 누구든 간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탈당파를 겨냥했다. 또 “(탈당의) 직접적인 계기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졌다’ ‘비대위원장 카드를 안 받았다’는 것 아니냐”며 “그건 보수정당 분열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글=박성훈·백민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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