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태풍권은 벗어났다|여 정부에 대화로 수습 역설|야 일부 반대불구 국회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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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폭풍 전야의 긴박감에 짓눌려 있던 정국은 주말 저녁과 일요일을 지나면서 일단 폭풍권에서 벗어나는 듯한 진정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도 강온의 갈림길에 있는 듯하던 여권은 명동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키로 일단 방침을 정했으며, 민정당은 6·10이후의 시국타개를 위해 노-김 회담 적극 추진, 국회 정상화등 정치적 수습 노력을 서두르고 있다.
야당도 긴장수위의 완화가 시급하다 는 판단아래 사태의 정치적 수습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나 구체적 방안을 놓고는 고심중이다.

<일요일도 전원출근>
○…일요일인 14일 민정당은 노태우 대표위원을 제외한 전 당직자가 출근, 명동사태를 시시각각 체크하며 대책을 숙의했다.
당직자들은 토요일까지의 어두웠던 표정에서 벗어나 『잘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며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 사제단의 독자적인 수습 노력과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기대하는 눈치.
이춘구 사무총장은 이날 상오 김태호 사무차장·조기상 정무장관·김정남 대변인·조경목 기획 조정실장과 함께 상황을 점검하고 당의 입장을 확인한 뒤 11시30분쯤 시내 모처에서 열린 오찬을 경한 당정회의에 참석.
이한동 총무도 현경대 수석 부총무, 박재홍·김영귀 부총무와 함께 국회정상화 대책을 논의했으며 11시15분쯤 외부로 나갔는데 낮에는 양정규 국민당 총무와 만났다는 후문.
노 대표는 휴일 약속을 취소하고 자택에서 상황올 보고 받았는데 비상 대기령이 내려져 소속의원들은 대부분 골프모임을 취소하고 당사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고 뉴스를 체크.

<유언비어엔 논평안해>
○…숨가빴던 분위기는 정부측 고위 시국대책에 이어 이 총장이 당정회의를 끝내고 당사에 돌아온 하오 2시10분 눈에 띄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날 당정회의 에서는 명동성당 사태가 수습단계를 밟기 시작했다고 판단, 통상적 공권력인 경찰력에 의한 대처를 확인하고 후유증을 최소 방향으로 수습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는 당정 회의결과를 10여분간 전화로 보고했다.
김 대변인은 『항간에 계엄령이나 비상조치가 발동·선포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는 질문에 『유언비어에 대해 코멘트 할 필요가 없다』 며 『그런 소문은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고 단호히 부인. 『그러면 정부측에서 강경대응 하겠다는 입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 고 묻자 김 대변인은 『정부는 공권력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국기가 흔들릴만한 상황이 조성돼있고 국민이 불안 해 하고 있는 만큼 그 같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당연하다』 며 『우리도 사태를 심각하고 무겁게 보아왔다』 고 부연.
민정당은 이 총장이 당정회의에서 「정치권에서의 해결」「정치적 수습」을 정부측에 거듭 역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동원 가능한 대화 채널을 가동, 사제단 측과의 대화활동에 나섰다는 것.

<한때 비상대책 검토>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부측은 모든 법적·정치적 조치를 준비했으며 비상한 조치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명동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가 중단돼 국제적 망신을 사고 과거와 달리 시민들도 합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 통상적인 공권력으로 막을 수 있는 「한계상황」 을 넘을 경우 비상한 조치발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한때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12일 밤 양순직 민주당 부총재 등 국민 운동본부 간부를 전격 구속하면서 긴박감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이날 밤 4시간의 마라톤 당정회의를 고비로 반전의 기미가 보였다는 후문.
민정당 측에서는 『정부로선 이런 극한사태가 발생하면 모든 대응조치를 원칙적인 선에서 검토하는 것 아니냐』 면서 정치적 해결의 필요성을 정부측에 「설득력 있게, 그리고 강하게」 전달해 왔다는 것.

<구체적 방안없어 고심>
○…민정당은 6·10-명동사태의 정치적 수습노력을 기울이기로 했으나 막상 구체적 방안을 놓고는 고심중이다. 국회 정상화도 제안해 놓고있고 여권이 추진하는 노-김 회담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당내의 강경 분위기나 국민 운동본부 등 재야의 움직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삼 총재 측에서는 국회 쪽으로 방향을 돌림으로써 일단 여권의 강풍을 피하고 대화의 계기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지만 당 내외의 비판이 만만찮다.
당내에서는 국정조사권 선 보장요구를 철회한 것을 두고 벌써 비판론이 없지 않은 실정이고 국민열기가 고조돼 있는 판에 한 발짝 더 나아가지는 못할망정 소득 없는 대화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김 총재 측에서는 여권의 노-김 회담 추진소식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질 못하고 여권의 반응을 주시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총재나 민주당 측은 문제를 정치적으로 수습해 나가자는 쪽이고 당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습 과정에서 4·13철회 등 근본문제를 협상할 수 있는 최후의 담판 기회를 마련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입장에 있는 김 총재 측으로서는 정부·여당 측이 명동사태 처리 등 6·10사태의 사후수습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해주고 국회 내에서의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호응을 해줄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또 노-김 회담 같은 것도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추진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있다.
민주당 측은 일단 위기는 가셨다고 본다. 그러나 국회 안에서 뾰족한 마무리 수습 안을 발견할 수 없게되면 이번에는 장내 대치상태가 올지 모른다고 본다.

<명동·시내상황 체크>
○…민주당 측은 주말인 13, 14일 여권의 심상찮은 기류 속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나름대로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한 시내상황을 점검하는 등 긴장된 움직임을 보였다.
일요일인 14일 비상대기조인 이중재 부총재와 의원 10여명은 아침 일찍 출근하여 신순범, 유준상, 심완구, 장기욱, 이재옥 의원 등이 명동성당을 수시로 오가며 사태추이를 살피는 등 굳은 표정속에 바쁜 움직임을 보였으나 낮 미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여권의 움직임도 큰 고비를 넘긴 듯 하자 하오부터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
이 부총재·김명철 사무총장 등은 하오에 들어 『조치 설은 일단 지나간 모양』 이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의원들과 함께 「최루탄 거부운동」 으로 배포할 리본의 문구로 『최루탄을 쏘지 마세요』 『최루탄은 싫어요 등을 검토』

<국회 버릴 수 는 없다>
○…김현규 총무는 13일 하오 이한동 민정당 총무와 전화연락, 현경대 민정당 수석 부총무와 접촉한데 이어 14일에도 이 민정당 총무와 전화접촉을 갖고 국회 정상화, 노-김 회담 등을 논의하는 한편 여권의 움직임을 살폈다.
김 총무는 14일 아침 상도동으로 김영삼 총재를 방문, 한동안 밀담을 나눠 눈길을 끌었으나 『국회대책을 논의했다』 고만 밝힐 뿐 일체 함구.
김 총무는 당 내외의 국회 참여에 대한 회의적 반응을 염두에 둔 듯 『6·10대회를 전후한 일련의 상황전개로 볼 때 국회를 계속 잠재워 둘 수만은 없지 않느냐』 고 반문하고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국회의원이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거리로 나갈 수 는 없다』 고 원내투쟁의 필요성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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