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군·성고문·복지원·범양서건에 모두 교인관련|"신앙과 실생활은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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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신앙생활과 세상속 사회생활이 서로 다른, 잘못된 신앙풍토를 비판하는 소리가 교계 안팎에서 높게 일고 있다. 이같은 신앙풍토를 새삼 되돌아 보게한 중요계기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최근의 박종철군 고문치사(조·황경위, 이경장), 부천서 성고문 (문경장), 범양상선(박회장), 부산 형제복지원사건(박원장)등의 주요관련자들이 모두 기독교 신앙인들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장로교(통합) 장동진총회장은 지난 7일 교단 소속 전국 교회에 보낸「구국기도회」목회서신에서 『이같은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들에 모두 기독교 신자들이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해주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어찌된 일입니까? 무엇이 잘못되어 있읍니까?』라는 자문의 탄식으로 이어진 이 목회서신은 복음의 생활화를 간구하는 일대의 회개운동을 제창했다.
신앙이 사회적으로 윤리화·실천화되지 않고 각기 양립하는 예는 기독교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며 신자만의 문제도 아니다.
성직자 역시 교리상의 관념적인「신앙양심」과 이 세상 삶에서의「사회양심」이 일치하지 않는 예가 허다하다.
흔히 생활주변에서 『믿는 사람이 저 모양이냐』는 소리와 함께 성서나 경전이 누누이 강조하는 사람·자비·정직등의 사회적 윤리덕목을 뒤로 한채 야박스럽게 따지며 이기적인 행동과 아집·거짓·탐욕을 버리지 못한 신앙인을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보다 선하게, 바르게 살고 있고 또 노력도 하지만 각 종교가 하나같이 앞세우는 희생 봉사나 이웃 사람등은 더 넓고 깊은 사회적 실천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불교는 살생·도둑질·간음·거짓말·음주를 금한 기본 오계에서, 기독교는 어른을 공경하며 살생·간음·도둑질·거짓말·탐욕을 금한 십계명중의 제5∼10계명에서 각각 사회적 실천윤리 덕목을 극명하게 제시했다.
이들 윤리덕목의 생활화는 신앙의 목표인 인간구원의 핵심이며 교리의 인간화인 것이다.
신앙윤리와 사회윤리가 별개로 양립, 교회나 사찰안에서만 바르게 행동하고 교회·사찰 문밖을 나서면서부터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신앙자세를 인정하는 종교는 하나도 없다.
오늘의 한국종교계가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의 불일치를 빚는 구조적인 문제점으로는 교회와 사찰이 중산층이상의 신자를 선호하고 있으며 실제의 신자구성이나 운영주도권이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중산층은 불의한 현실에 타협하거나 맹종하기 쉬운 약점을 가지고 있어 어려운 사람들과의 연대감과 신앙양심을 따르는 사회생활에 약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외형적인 양적 팽창에만 몰두, 신자수를 무한정 늘리고 대형성전을 건립하는 물량주의적 풍조다.
이제 한국 종교계는 신앙실천에 대한 투철한 훈련과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게 많은 교계안팎 사람들의 요망이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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