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은 구경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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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산=엄철민기자】6·10시위에 이은 최루가스소동으로 한국A팀과 이집트 경기가 중단되자 축구혁회가 갈팡질팡, 행정무능을 드러냈다.
10일하오 제16회 대통령배국제축구 A조예선 2일째 마산경기, 한국A팀-이집트전이 전반종료 14분을 남겨 놓고 운동장밖 시위를 진압하기위해 경찰이 터뜨린 최루탄가스 때문에 중단된뒤 축구협회는 11일상오11시 새 경기를 갖겠다고 발표했다가 이집트의 항의에 따라 4시간이 지난 이날밤12시 앞서의 결정을 번복, 0-0 무승부로 처리하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당초 광주에서 갖기로 했던 이날 경기를 「시국불안」을 이유로 마산으로 옮기는등 이같은 사태를 어느정도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이에 대비한 대책을 전혀 세워두지 않아 이같은 혼란을 초래했다.
이종환(이종환) 부회장을 비롯한 협회임원들은 일부 관중들이 병을 던지고 그라운드로 뛰어들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으며 경기가 다시 속행되는지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이집트팀이 제멋대로 숙소로 돌아가 버렸을 때 이를 제지하지도 못했다.
난동이 40여분 계속된 뒤에야 협회간부들이 재경기를 갖기로 결정했으나 이는 양팀 관계자들의 동의도 없었고 대회규정에도 없는 즉흥적인 결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무승부처리에 대해 다른 외국팀은『한국과 이집트팀에만 유리한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이러한 소동의 책임이 전적으로 치안을 맡은 마산시측에 있다』고 주장, 입장료 환불을 거부하다가 결국 관중들의 압력에 굴복, 환불해 주기로 했다. 이로인해 축구협회는 이날의 입장수입을 모두 손해본 셈이다.
이날 일부 흥분한 관중들은 병을 던지고 기물을 파괴하는등 소란을 피웠으며 『경찰의 과잉방어로 경기를 망쳤다』『국제적인 망신을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고함을 지르고 야유를 보냈다.
「찬드라」주심은 『이집트선수단에서「도저히 경기를 못하겠다」고 호소, 다시 속행할 것을 전제로 경기를 일시중단시켰다』면서 『그러나 관중들이 동요한데다 이집트팀이 일방적으로 퇴장, 경기속행이 불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이집트팀의 「미첼·스미스」감독은 『선수들이 재채기와 함께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괴로와해 도저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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