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기습시위·몸 싸움|민추협건물 앞 시민·경찰 한때 실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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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는 끝내 멈추지 않았고 전국은 긴장과 불안에 휩싸였다.
격돌의 10일.
서울·부산·대구·광주등 전국22개 도시에서는 이른 아침부터「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페·조작규탄 및 호헌철폐국민대회」행사 강행과 봉쇄의 신경전, 몸싸움이 시작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5만8천여 경찰병력을 동원해 3중차단, 봉쇄진압작서에 나선 경찰은 전국에서 집회주동인사의 가택연금과 함께 9일밤부터 집회장소·시가지 요소요소에 경찰력을 배치해 검문검색· 차단격리·초장해산 작전을 게시했으나 대회강행을 선언한 민주당과 재야의「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측은 경찰의 저지에 아랑곳 없이 집회를 추진하고 나서 일부 파출소가 습격을 당하는등 곳곳에서 충돌을 벌였다.
또 서울대·연대·고대등 대학에선 10일상오에도 「출정식」을 갖고 하오6시 규탄대회에 대거참가를 결의했다.
서울시내의 경우 도심의 백화점·상가등은 영업시간을 단축했고 기업체들도 퇴근시간을 앞당겼는가 하면 일부중·고교는 하오2시까지 수업을 끝내고 학생들을 시둘러 귀가 시키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전국 공안검사 전원에게 9일부터 24시간 비상근무령을 내렸으며 서울지역엔 최환서울지검 공안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대책본부를 설치, 본청 공안검사 15명, 남부지청 8명, 동·북부지청 각4명등 검사31명을 투입시켰다.
◇파출소 습격=삼엄한 경비속 10일상오6시50분쯤 서울봉천2동 관악경찰서 봉천파출소에 서울대생 5∼6명이 화염병 5개와 돌등을 던지며 기습시위를 벌여 파출소입구 경찰표시등이 깨지고 건물벽이 그을렸다.
경찰은 현장에서 노정화군(21·동양사3)을 연행, 조사중이다.
◇몸싸움=상오 10시20분쯤「영구집권음모 규탄대회」가 열리는 민추협 옆 서울신탁은행 무교동지점앞에서 경찰이 민추협측의 옥외방송을 듣던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을 종용하다가 말을 듣지 않자 전경50여명을 동원, 밀어 붙이려 했으나 시민들이 항의, 5분동안 몸싸움을 벌였다.
또 상오10시25분쯤 사복전경 50여명이 평창빌딩앞에 있던 인파를 뚫고 순찰을 하려하자 민추협회원들이 몸으로 가로막고 전경들과 5분동안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으며 전경들에게 더러운 물을 물통으로 뿌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몸싸움 끝에 전경들이 밀려나자 『독재타도』등의 구호를 외쳤다.
◇연금=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8백여명의 가택연금대상자중 7백여명을 연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는 85명의 연금대상자중 절반가량은 사전에 은신, 43명을 연금했고 지방에서는 부산의 경우 연금대상사 1백10명중 20여명을 연금했다.
◇대회장=사전에 잠입해 들어간 양정식민주당부총재·계훈제민통련의장권한대행·김현수민주당의원·김명윤민추협부의장등 국민운동본부관계자 16명은 10일상오8시20분쯤 성공회 영빈관에서 식사를 마친뒤 회의를 갖고 하오6시에 열릴 국민대회일정을 재점검.
이들은 상오10시 민정당전당대회 시작에 맞춰 민정당의 4·13호헌조치에 의한 대통령선출은 무효라는 내용의 옥외방송을 했으며 하오6시 타종시간에 해방 이후 지속된 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해방이후 42년을 상징하는 42번의 타종을 하기로 결정.
대회장인 성공회대성당 전면에는 「고문살인 은페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라고 쓰인 대형플래카드가 게시됐다.
◇단축수업=대회장주변 경기여고·이화여고·예원중·창덕여중·덕수국교등 5개학교는 교통차단등에 대비, 10일 수업을 단축해 하오2시까지 학생들을 모두 귀가시켰고 도심지의 중·고교대부분이 보충·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정상수업만 한뒤 학생들을 빨리 돌려보냈다.
◇출정식=서울대·연대·고대·서강대·한대·건대등 서울시내 각대학 학생들은 9일에 이어 10일하오 학교별로 「6·10대회 출정식」을 갖고 검문·연행거부와 묵비권행사등 행동요령을 익힌뒤 태극기등 준비물을 소지한 채 대회장소 주변의 집결지로 출발했다.
대학 게시판과 건물벽에는「가자, 시청으로」 「6·10시청, 시청」등 대회참가를 권유하는 대자보와 함께 행동요령등이 나붙었으며 학과·단과대학별 토론지가 열렸다.
◇상가·기업·은행·호텔=미도파백화점은 10일상오 명동지점 지배인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하오8시까지로 돼 있는 영업시간을 상황에 따라 하오6시로 앞당기기로 하는 한편 자체경비를 강호하기 위해 경비원수를 10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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