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게임의 법칙

중앙일보

입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느냐"는 뉴욕 특파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대선 출마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내년초 한국에 들어와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이뤄진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 총장은 23%의 지지율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29% 보다 뒤쳐지지만 양자대결에선 오차범위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가 귀국하면 탈당 전선에 합류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수층에게 반 총장은 그나마 집권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 총장의 지지율은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에 따른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평생을 외교관으로 지내다 10년 전 정치적 혼란에 따른 대안으로 유엔사무총장에 나갔던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수 있을 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기름 장어'라는 별명이 그냥 생긴 건 아닐겁니다. 얽히고 설킨 남북관계,청년실업 등 경제난,기득권의 부패로 엉망이 된 사회정화시스템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대해선 아직까진 대안 제시가 없는 상태입니다. 당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 총장을 향해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안희정 충남지사를 주축으로 한 진보세력과 반 총장과 지금은 미약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등 보수세력이 어떤 게임을 벌일지 주목됩니다. 여기다 최근 지지율 정체를 보이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 당 의원이 어떻게 세력을 규합하고 지지율을 만회해 나갈지도 관심거리입니다.

이들의 대선 레이스가 공정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게임의 법칙'입니다. 그 게임의 법칙은 정치인들이 아닌 국민들의 시각에서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기교나 말장난으로 국민들을 속이려하는 인물들을 솎아낼 수 있는 법칙부터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지지층 규합이라는 명분으로 특정 지역만 왔다갔다하는 것은 분열만 초래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게임의 법칙에는 '정의'라는 시대정신이 충분히 담겨 있어야 합니다. 맹자를 인용한 '선정의 결핍'이라는 그럴듯한 말만 갖고는 복잡계보다 더 복잡한 한국사회를 이끌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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