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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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부터 3일동안 베네치아에서 개최되고 있는 서방선진7개국 정상회담은 성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급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의 정체색이 짙어가고 국가간 경제마찰을 해소하기 위한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가하면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회의론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경제문제뿐만이 아니고 군축문제, 페르시아만 항해 안전문제와 세계적 관심사인 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 문제등 어느때없이 광범위하다.
물론 우리의 관심은 경제문제에 쏠리지 않을수 없다. 이번으로 13년째를 맞은 7개국 정상회담이 지난날 비록 빈부국간 남북문제를 주로 취급, 예를들면 제3세계 외채문제 해결노력에서 보았듯이 우리와도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개도국의 대표적으로 한국경제문제를 직접 거론할 정도까지 되어 우리의 관심도 끈다.
주로 경제문제는 무역마찰, 통화안정, 제3세계 외채위기, 농업정책등을 논의하고 정책협조 체제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선진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이같은 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협조체제 구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레이건」미대통령이 지적한대로 가장 핵심과제는 무역불균형의 종식과 국제통화안정인데 미국·일본·서독등 주축3개국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을 가능성이 많다.
미국은 달러가치 안정과 일본·서독등의 내수진작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과 서독은 미국측에 재정적자 해소에 노력할것을 촉구할 것이다. 통화안정은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내수진작등에는 무역 흑자국들의 성의가 없다.
일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6조엔에 이르는 내수진작의 경제긴급대책을 내놓았으나 선전효과를 노리는데 더 치중한 감이 있다. 일본에서 조차 무역불균형 시정등 세계경제를 위한 즉효성에 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이 많다. 일본·서독등 흑자국들은 재정·금융·산업구조 조정등 다각적 정책으로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분담해야하는 시기지만 소극적이다.
미국 역시 환율정책의 시행착오를 겪은만큼 재정적자축소 노력등 근본을 다스려야 하는데도 경기위축 우려등 때문에 손을 쓸수 없는 형편이다.
어쨌든 정상회담후 경제선언을 통해 세계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대외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재정을 중심으로한 정책협조 강화를 다짐하게될 것이다. 일본·서독등 흑자국들은 전후 미국의 원조에 힘입어 오늘의 부를 누릴수 있게 된만큼 미국 경제회복과 세계경제 불균형해소, 보호주의 완화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무역마찰의 화살을 한국등 신흥공업국들(NICS)에 돌리려는 모사를 하고 있다. 「나카소네」일본수상은 정상회담 대책회의에서 『엔화및 마르크화가 안정된다해도 한국의 원화등 NICS통화가 미달러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는 해소되지 않을것』이라고 지적, 이 문제를 거론할 의사를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대만·브라질·아르헨티나등 NICS를 무역마찰의 장본인으로 끌어들여 책임을 떠넘기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반도체등 일본제품의 덤핑수출 문제가 일어나면 우리 수출상품을 끌고 들어가는 수법을 써온게 일본이다.
경제마찰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술책이지만 기타 선진국 역시 이에 동조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환율 조정은 물론 시장개방등 세계경제 균형을 위한 개도국의 책임분담에 적극적인 우리로서는 일본과의 선인을 의심치 않을수 없고 책임전가를 규탄하는 동시에 닥칠지 모를 선진국들의 공동 통화압력등 새로운 환경에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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