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신동엽문학상 받은 조선족 3세 금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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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정

중국 장춘에 평강공주 이야기를 알고 있고, 한국의 시골집을 동경하며 한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가 살고 있었다. 조선족 이민 3세대인 금희 작가(본명 김금희)다. 지난해 11월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을 발표한 금희 작가는 올해 8월 제34회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외국 국적의 작가에게 이 상이 주어진 건 처음이다. 한국에서 첫 책을 내고 바로 상까지 받은 금희 작가를 인터뷰했다.

- 한국어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언어는 선천적으로 인간이 타고나는 기능이지만 문자는 그렇지 않아요. 문자로 자신을 위장할 수도 있고 승화시킬 수도 있지요. 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면 누가 말을 하고 있는지 정체성이 드러나죠. 그래서 저는 (예술을 하더라도) 음악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싶었어요.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가 아니면 소설가도 안 하려고 했지요. 제가 완벽한 중국인이 아니어서 중국 작가들처럼 멋있는 문장을 구사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제가 한국어로 쓴 글은 부끄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중국 문학 작품 한국어 번역본과 한국 작품들의 중국 번역본을 읽어보면서 느꼈어요. 원래 언어의 묘미를 살리지는 못하더라도 번역 작품들에서도 소설 속 인간성은 그대로 전해진다는 것을요. 멋있는 문장을 써내는 것보다는 인간성을 표출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죠."

- 탈북민, 한국인, 중국동포들의 이야기를 다루셨어요.
"소설에 표현된 이들은 모두 소외된 자, 약자들이에요. 하지만 조선족의 발생은 남의 이야기로 돌릴 수 없이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이야기이죠. 모두 같은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면에서요."

- 그런 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세상에는 절대적인 강자도, 절대적인 약자도 없어요. 어떤 약자가 사라지면 그 약자보다 조금 강한 약자가 와서 그 부분을 채우죠. 이렇게 약자들이 계속 없어지게 되면 결국 전체가 없어지게 될 거예요. 그래서 소설을 통해서라도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약자들이 계속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금희6_송곳_

-실제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신 것인가요.
"실제 제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해서 썼어요. 다른 사람 이야기를 참고할 때는 사람들에게 직접 말을 걸어서 이야기를 듣기보다 이 사람들을 멀리서 관찰한 것과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고요."

-작품에 순종적이고 얌전한 ‘전형적인 동양 여성’들과 새로운 인생을 스스로 찾아 떠나는 진취적인 여성들이 동시에 나오는데요.
"제가 더 잘 그릴 수 있는 것은 동양적인 이미지예요. 그런데 어릴 때는 달랐어요. 심지어 제가 남자가 되는 꿈을 꿀 정도였거든요. 제 안에는 동양적인 이미지와 진취적인 이미지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중국은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잖아요.
"사람들은 사회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런 체제에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도 있거든요. 체제마다 장단점이 있는거죠. 특정한 환경이나 체제에서 쉽게 떨고 휘둘리는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가 저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어떤 체제에서든 보존될 수 있는 인간의 미덕이 있었는가 하면, 더 나은 체제로 바뀌었지만 자기를 찾지 못하는 인간들도 많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지, 왜 되고 싶은지 등 자기에게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해요. 어렸을 땐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작가가 되고 싶었다가 결국 다른 일을 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아요. 글쓰기를 원하는지, 명예를 원하는지 질문하세요. 글을 써서 정말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작가가 되어 글을 쓰면서 사는 것이지요. 모든 꿈은 항상 마음에 두고 있되, 자주 꺼내 보면서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꿈을 꼭 이루고 싶은지 계속 점검해 보아야 해요."

글=권호정(한영외고 3) TONG청소년기자
사진제공=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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