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의식 당분간 「작은 몸짓」|서두르변면「월권」…조심하면「약체」|대야관계 정치력 시험대|노대표 운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 정치사 최초의 경험인 대통령과 집권당 대통령후보 공존체제의 공식등장을 앞두고 노태우 「후보」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내에서의 그의 위치와 활동범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국민들에겐 어떤 변모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격렬한 소모적인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정국타개를 위해 그가 야당에 내놓을 카드는 무엇이며, 재량권의 범위는 어떤가 등등에 관해 여당 내부에서는 물론 야당쪽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민정당은 우선 현대통령 밑의 대통령 후보가 어떤 처신을 해야할 것인지를 놓고 무척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통치권의. 누수방지와 차기집권예정자의 역할증대를 조화 있게 유지시키는 묘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대표는『부족한 내가 아직 덤빌 입장이 아니다』며 절제와 조심스런 운신의 틀에서 좀처럼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있으며 대표위원실 주변은 만에 하나「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노후보」에 대한 주변의 대접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후보 제청 뒤에 열린 4일의 당정회의는 『민정당이 국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행정부는 가일층 협조를 강화하겠다』(이한기 국무총리서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민정당측은 노대표의 부각이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대통령의「배려」아래 서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때문에 민정당은 노대표와 대통령과의 면담이 정례적인 성격으로 변화되거나 증가함으로써 노대표와 당의 대행정부 우위관계가 정착되기를 희망하는 듯하다.
또 노대표에 대한 의전·경호에도 변화가 예정돼 있다. 경호문제는 노대표가 사양하고 있으나 고위층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과거 선례와 외국의 예로 보아 경호원의 상주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노대표는『앞으로 우리가 국민을 어떻게 예우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지 내가 어떤 예우를 받느냐, 또 받는 자리에 가는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작은몸짓」으로 일관.『윗분에 대해서는「겸양」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 자칫「허약」하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민정당 관계자들은 실토하고 있다.
예를들어 말과 행동에서 현실의 잘못된 부분을 자성하면 통치권에 누가 되고 미래를 섣불리 약속하면 월권이 되기 쉽기 때문에 이미지 부각에 한계가 있다는 것.
이같은 한계를 전제로 노대표의 브레인들은 그를「내실형 정치지도자」이면서「유연함과 강건함」을 동시에 갖춘 미래의 지도자로 부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대국민 이미지의 본격적인 실험대가 될 전당대회 수락연설을 통해 노대표는 정국타개의 강한 의지와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의 수위가 관심을 끌고있다.
한 관계자는 노대표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부각작업은 전당대회까지는 대통령과 노대표의 비율을 6대4로 하고 6월중순 이후에는 수위를 다시 낮추었다가 대통령선거에 임박해 노대표쪽으로 피크를 이루고 마지막에는 집권자의 편안한 퇴임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한다는 방식을 제시했다.
○…대통령후보가 되어 노대표가 부닥칠 가장 큰 난관은 대야관계라는 것이 당내의 공통된 분석.
노대표의 대야관계 추진은 몇가지 근본적인 제약요소를 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깨, 후보가 되면 실세콤플렉스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4·13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는 야권에 본질적으로 방어적·수세적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점이다.
또 사면·복권 등 야권이 요구하는 민주화조치를 충족시켜주는데는 한계가 있고 장기적인 비전제시는 자칫 월권의 시비를 낳을 소지가 있다. 이렇게 볼 때 노대표로서는 대야협상에 들고 나갈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어쨌든 노대표 주변은 6·10규탄대회의 추이를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 그것이 작년의 신민당「11·29 서울대회」처럼 비교적 여권에 부담 적게 치러진다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그의「손바닥론」에 입각해 노대표측은「무조건 대화」를 들고 나가 정치역량을 보일 결심이다. 그리고 이같은 대야대화가 그의 정치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은 노대표의 이미지부각과 국정참여 확대를 위해 몇가지 구체적 방안을 궁리중이다.
현재 국책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논의중인 방안은 신문·TV를 통한 대중홍보와 여권내부결속을 위한 단합증진책이 핵심.
대중홍보는 방송출신인 강용직 보좌역이 TV쪽을 맡고 신문쪽은 김정남 대변인과 당홍보대책위가 맡아 연구와 자료수집을 하고 있다.
또 외신과 대미 이미지구축은 현홍주 의원이 맡고 서울대 교수 출신인 김학준 의원은 후보수락 연설에서부터 각종 연설문 작성을 맡고있다. 이밖에 사회유력인사에 대한 여론조사와 대내외 편지발송· 경제정책홍보는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종인 의원이 맡고 있다.
여권내 결속문제는 노대표 자신이 직접 많이 나서지만 권익현 고문·유학성 의원등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막후에서 측면지원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노대표가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정식 선출되면 특별보좌팀을 구성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대통령이 배려하지 않는한 노대표가 서둘러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
또 민정당은 각계 전문가를 동원, 노대표 홍보책자와 비디오 테이프를 제작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