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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마음 노래로 토해내면 청중이 공감, 엄청난 치유 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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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윤아가 4집 ‘타인의 고통’을 발매했다. 자우림 보컬 아닌 솔로 가수로서 6년 만의 앨범이다. 지난 9~11일 열린 콘서트 티켓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사진 인터파크]

김윤아가 4집 ‘타인의 고통’을 발매했다. 자우림 보컬 아닌 솔로 가수로서 6년 만의 앨범이다. 지난 9~11일 열린 콘서트 티켓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사진 인터파크]

그의 노래는 동굴 속 같다. 어둡고 고독해서 합창보다 독창이 어울린다. 콘서트장에도 혼자 오는 청중들이 많다. 지난 11일 서울 합정동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열린 콘서트 ‘타인의 고통’의 현장도 그랬다. 동명의 4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열린 콘서트장에서 밴드 자우림의 보컬이 아닌 솔로 가수로서 선 김윤아(43)는 날카로운 감정선을 쉼없이 뽑아냈고, 청중은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숨소리마저 감췄다.

4집 앨범 ‘타인의 고통’ 낸 김윤아
“세월호 연상된다는 사람들 많아
우리 마음에 죄의식처럼 남은 듯
내년 자우림 데뷔 20주년 앨범선
정말 이상한 시도 해보고 싶어”

사흘 뒤인 14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그는 “이번 공연 때 객석에서 우시는 분도 많고, 노래 흡입력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타인의 고통’이라는 앨범 제목 탓일까. 노래마다 지난 사건이 겹쳐진다. ‘강은 흐르네/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누가 너의 손을 잡아줄까(강)’ ‘다 지나간다/다 잊혀진다/상처는 아물어/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난다(다 지나간다)’ 등 구절구절 아프다. 앨범이 발매되기 전 노래를 미리 들었던 그의 9살짜리 아들이 “엄마 노래가 모두 슬퍼요”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세월호’를 생각하며 만들었나.
“‘세월호’가 연상된다고 사람들이 많이 전하더라. 꼭 세월호를 생각하며 노래를 만든 건 아니지만 우리 마음에 그 사건이 죄의식처럼 남아 있어서 떠올리는 것 같다.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우리 모두 너무 상처받았다. 앨범 제목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상실의 시대』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중에서 고민하다 정했다. 타인의 고통이라고 하면 좀 더 공감하고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아서다.”
흔들리듯 찍은 김윤아의 ‘타인의 고통’ 앨범 재킷.

흔들리듯 찍은 김윤아의 ‘타인의 고통’ 앨범 재킷.

앨범 의 흔들리듯 찍힌 이미지가 독특하다.
“박경일 작가의 작품이다. 곡을 먼저 들려 드렸더니 화관과 베일을 쓴 여자를 직접 그려서 보여줬다. 그 그림대로 사진 찍었다.”
왜 고독하고 쓸쓸한 노래를 주로 만드나.
“음악으로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사실 이뤘다. ‘베스트 프렌드(남편 김형규)’랑 결혼했고, 아기도 귀엽고 양가 부모님도 사랑이 많으시다. 그런데 사람의 본질은 어릴 때 형성되는 것 같다. 어릴 적 아버지를 포함한 형제들이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다. 우리집에선 죽음이 일상적이었다. 그게 김윤아를 지배하니 당연히 음악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김윤아에게 노래는 어떤 의미인가.
“인생의 목적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행복하기 위해 노래가 필요하다. 어둡고 무거운 것을 계속 토해서 나를 가볍게 만든다. 무대에서 아픈 마음을 노래하면 청중이 공감해준다. 엄청난 치유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
결혼한 지 10년째인데 ‘잉꼬부부’로 유명하다(남편 김형규는 VJ로 활동했던 치과의사다).
“남편과 나는 정반대로 성장했다. 남편을 배우자로서 신뢰하고 함께 할 수 있겠다고 확신한 부분이 ‘사랑’이었다. 남편은 따뜻한 사랑으로 잘 자란 나무 같은 남자다. 남편은 생존본능이 강하고 나는 죽음에 일상적이다. 그런데 아이가 생긴 다음 정반대가 됐다. 나는 원하는 순간에 죽을 수 없는 사람이 됐고, 남편은 나와 아이를 위해서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고 한다. 감동적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꿈’이다. 그는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후 샤워를 하다 첫 소절을 떠올렸다고 했다. 힘들지만 소중한 것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 너의 꿈은/가장 무거운 짐이 되지/괴로워도/벗어 둘 수 없는 굴레’로 시작하는 노래가 됐다. 김윤아의 꿈을 물었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인간이 되고 싶어요.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노인이 됐으면 좋겠네요.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일상을 행복하게 꾸릴 줄 아는 노인이요.”

자우림은 내년에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혼성밴드인데다가 초창기 멤버가 한 명도 바뀌지 않고 활동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는 “다음 자우림 앨범에서는 정말 이상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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